# 30대 여성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한 성인용품 전문점을 찾았다. 국도변이나 음산한 건물의 한구석에 있었던 기존의 성인용품점과 달리 정씨가 찾은 곳은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밝은 조명에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얼핏 보면 일반 드러그스토어로 착각할 정도다. 정씨는 “주변에서 생각보다 괜찮다고 추천해 관심이 생겨 와봤다”고 말했다.
이태원과 강남·홍대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젊은 감각을 앞세운 성인용품 전문점이 잇달아 생기면서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성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데다 ‘혼밥족’ ‘혼술족’으로 대표되는 나 홀로 트렌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성인용품점을 주로 찾는 고객층은 20~40대 여성이다. 연인과 함께 오기도 하지만 주로 혼자 찾아와 기호에 맞는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 성인용품점 운영자는 “개인 여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에서 70%가량은 될 것”이라며 “밝고 젊은 디자인 등으로 큰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서 예상보다 많은 여성 고객이 찾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인용품 전문점 관계자는 “실제 몸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직접 제품을 보기 위해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매장 직원도 평범하게 제품을 소개하고 공감을 나타내고 있어 심리적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인용품점에서 주로 판매되는 제품도 개인용이 주를 이룬다. 매장 진열대는 콘돔이나 젤보다는 진동기나 삽입형 자위도구 등 개인이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판매 비중에서도 개인용 제품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홍대 성인용품점 관계자는 “사실 연인 사이에서도 개인용 제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이 쓴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본인을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50%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성인용품 대중화의 배경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성에 대해 개방적인 사고방식이 퍼지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관계 맺음이 어려워지자 성적 욕구도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기존의 성이 가족 구성과 직결됐다면 요즘에는 관계에서 얻는 성적 욕구와 개인 스스로 채우는 성적 욕구가 분리돼 나타난다”며 “과도한 경쟁으로 관계 맺기가 어려워지는 사회 분위기가 개인적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