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웃고만 있는 후보들 보며 드는 생각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19대 대통령 후보들 내놓은 공약

몰이해·실행 불가능한 내용 난무

'내 의견만 옳다'는 생각 버리고

이해·협력·실천하는 자세 갖춰야



모임 때마다 자주 경험하는 상황이 있다. 전체 마무리를 할 즈음 누군가의 스마트폰이 ‘웅웅’ 소리를 내며 전화 왔다는 신호를 보낸다. 짧은 순간 받을지 말지 고민해보지만 스팸메일이라는 표시가 액정에 나타나지 않으면 ‘누굴까’ 하는 호기심 때문에 결국 전화를 받는다. 한 사람이 전화를 받는 즉시 모임 분위기는 일순간 와장창 깨지고 그 순간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손은 일제히 자신의 스마트폰을 향해 그동안 들어온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며 쌓였던 마음의 근심을 덜어낸다. 전화받은 이의 통화가 길어지고 소리가 높아지기라도 하면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다른 이들도 역시 전화통화를 시도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마무리돼야 할 모임은 흐지부지 끝나고 만약 집중력이 필요한 모임이었다면 진행해온 내용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또 이런 상황도 있다. 회의 시작 시간에 참석자들이 하나둘 모이는데 회의장소에 들어오는 이들 가운데 몇 사람이 전화를 하면서 들어온다. 통화에 열중하는 이들의 소리가 가득 찬 가운데 회의는 열리지도 못한 채 시간이 마구 줄달음친다. 자기 세계에만 갇혀 그 자리에 온 궁극적인 목적이 완전히 상실된 모습이다. 게다가 함께 참여해 아까운 시간을 버리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

어디 이뿐이랴. 정말 혀를 ‘끌끌’ 차게 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주변을 돌아보면 부지기수다. 오랜만에 만난 커플 같은데 한결같이 자기 스마트폰만 연신 들여다보고 각자의 세계에 갇혀 있는 커플이며 음악회든 영화관이든 심지어는 예배하러 와서도 스마트폰이 “나 좀 건드리고 만져주세요” 하면서 온몸을 떨면 여지없이 큰소리를 치며 나가는 이들과 마주친다. 안하무인 그 자체다.


모두가 자신의 선택만 옳고 자신의 의견만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궁극적인 가치’라고 소리 지르는 형국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자기 주장이 범위를 확대해 극단적인 공동체적 상대주의로 진화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른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신념이나 양식에 입각한 논리와 내용만이 진리라고 한껏 목소리를 높인다. 자기 공동체의 방식으로 행동하고 말하는 것만이 참이기 때문에 타 공동체의 입장에 대해서는 이해하려는 자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때로 정말 극단적인 자세를 보이는 공동체나 개인들의 경우에는 아예 자신이나 자기 공동체의 입장과 다른 것은 뿌리째 뽑아버려야 하는 대상으로 대하는 심각한 태도도 종종 발견한다. 일차적으로 자기중심성에 함몰돼 타인과 다른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다음 차원인 협력이라든가 공동선 실천 같은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인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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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한국 기독교계의 존경받는 원로 한 분으로부터 공동체가 발전하고 미래가 있으려면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첫 번째는 상호이해, 두 번째는 상호협력, 그리고 두 가지를 바탕으로 한 상호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따져보니 ‘이해·협력·실천’이라는 세 단계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현장이라면 어디에서나 적용돼야 할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어 크게 공감했었다.

사실 내 목소리가 크면 만족하고 그것이 바로 진리라고 인식해버리는 풍토 속에 자기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먼저 자세를 낮춰 이해하고 협력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공통의 목적을 향해 한마음으로 달려가는 사랑의 자세를 갖는 것이 쉽고 녹록한 일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공동체 내에서 이 일이 선행되지 않는 한 그 공동체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몰이해, 의도적 거부, 실행 불가능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공약(空約)들이 난무하는 19대 대통령선거 과정을 보면서 그분의 말씀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아파트 벽에 붙어 있는 선거후보 벽보를 마주해 ‘이해·협력·실천’을 진지하게 당부해보지만 사진 속 후보들은 그저 웃고만 있다.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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