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제독은 항상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고 확신이 섰을 때 싸웠어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선이지만 싸울 때는 가장 유리하게 싸워야 합니다.”
황기철(사진) 전 해군참모총장이 충무공 탄신 472주년을 맞아 28일 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과에서 열린 ‘이순신 제독과 해군’ 특강에서 이순신 리더십을 설파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학의 석좌교수인 황 전 총장은 “이순신 제독은 미리 준비도 하지 않고 싸우라고 하지 않았다”며 “원균은 지형지물을 이용하지 못했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다. 그러니 결과가 뻔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황 전 총장은 이순신 ‘장군’이 아닌 ‘제독(admiral)’이라는 호칭을 고수했다. 장군은 부하를 통치하는 장수이지만, 제독은 바다에서 전쟁하는 장수를 뜻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 전 총장은 “이순신 제독이 1597년 진도 울돌목에서 배 13척으로 일본 수군 133척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이길 수 있는 전략전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황 전 총장은 잘 싸우는 부하라면 서민 출신일지라도 전공을 올려주는 등 계급 차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순신 제독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전쟁은 혼자 치르는 게 아니기에 백성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걸 알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이순신 제독을 주제로 논문도 프랑스어로 썼고 프랑스 역사학회에 거북선을 주제로 기고도 했다. 이러한 자신의 연구결과물을 담아 지난해 책으로 발간하려 했으나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황 전 총장은 해군참모총장 재직 시절이던 2015년 4월 통영함 납품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돼 군복을 벗어야만 했다. 하지만 1년 반만인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황 전 총장은 사실과 다른 범죄혐의가 씌워진 것에 억울해하며 지난해 6월부터 중국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이날 강연에서 세종대에 오기 전 중국 시안의 대학교에서 강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