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극장가에 등판한 이들의 ‘살아있는’ 대결이 펼쳐진다. 황금연휴 기간(5월 1일 노동자의 날~9일 대선) 관객 표심을 잡기 위해 개봉에 나선 대작들의 라인업이 화려하다. 4월 말 ‘특별시민’, ‘임금님의 사건수첩’부터 ‘보안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연휴 마지막날 ‘석조저택 살인사건’, ‘에이리언: 커버넌트’까지 설·추석, 방학시즌 못지않게 풍성하다.
이 중 연휴 한 가운데를 장식할 두 영화가 특히 눈길을 끈다. ‘특별시민’(감독 박인제)과 ‘보안관’(감독 김형주)이다. 한국 영화중에서 다수의 출연진으로 꾸려진 이들 영화는 화려함으로 중무장한 공통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과거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 출연진이 대거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진풍경을 그린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얽히고설킨 관계에 놓였던 이들. 이번 ‘특별시민파’로는 최민식-곽도원-김혜은이, ‘보안관파’로는 조진웅-김성균-김종수가 나섰다. 이들 배우는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 이야기를 다룬 ‘특별시민’과 서울에서 온 성공한 사업가와 그를 의심하는 보안관이 벌이는 로컬수사극 ‘보안관’에서 또 한 번의 이색 구도를 선보인다. 전작에서 대립된 이들이 이번엔 손을 잡기도, 같은 편에 섰던 이들이 대립각을 그리기도 해 ‘변화된 앙상블’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별시민’과 ‘보안관’에 모두 출연하는 김혜은은 완벽하게 다른 캐릭터로 눈길을 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 역을 맡아 ‘박쥐’ 같은 매력을 보인 최민식은 ‘특별시민’에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로 분해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물을 연기한다. 지난번엔 ‘돈’을 쫓았다면, 이번엔 ‘권력욕’ 자체를 쫓는다. ‘공무원 전문 배우’ 곽도원은 지난 ‘범죄와의 전쟁’ 검사 역에 이어 이번에도 검사 출신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 역을 맡았다. 앞서 ‘나쁜 놈’ 최민식을 구타로 다스리던 곽도원이 이번엔 그의 당선을 전폭 지지하며 최측근에 선다. 전작에서 최익현과 내연 관계로 같은 편에 섰던 여사장 김혜은은 이번에 대선후보 TV토론을 진행하는 아나운서 역을 맡아 최민식과 모종의 거래로 또 한 번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다.
‘보안관파’도 이에 못지않게 다채롭고 변주된 관계를 보인다. 조진웅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형배(하정우)의 경쟁조직 두목으로 2인자 콤플렉스를 가진 김판호 역을 선보인데 이어 ‘보안관’에서는 성공한 사업가 종진 역으로 신사적인 면모와 악랄한 마약사범의 의심스러운 두 가지 얼굴을 보인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로 분해 상대파 두목 조진웅과 대립 관계를 보인 김성균은 ‘보안관’에서 이성민과 함께 조진웅을 저격 수사하며 재차 대결한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과 하정우의 만남을 주선하는 장주임 역을 소화한 김종수는 이번에 부산 기장의 ‘토박이 삼촌 군단’ 중 큰형님 용환으로 분해 ‘아재’들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 ‘특별시민’에서 차도녀 앵커 역으로 얼굴을 비춘 김혜은은 동시기에 ‘보안관’에서 억척스런 마누라 역을 맡아 화장기 없는 얼굴과 함께 차진 부산 사투리로 대호를 쥐 잡듯 잡는 반전 면모를 쏟아낸다.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특별시민’과 ‘보안관’.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출연진의 재포진에 기시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영화팬들에게는 새로운 흥밋거리. 2012년 이후로 5년이 지난 지금, 두 작품으로 나뉜 배우들은 성장한 캐릭터와 전혀 다른 케미로 관객들의 흥미를 돋운다. ‘범죄와의 전쟁’의 성공을 방증한 ‘특별시민’과 ‘보안관’이 각각 어떤 큰 그림으로 극장가 대결을 벌일지도 관전 포인트. 여전히 ‘살~아있는’ 이들의 맛깔 나는 활약을 눈여겨봐도 좋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