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자산기준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어나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제외됐던 KT&G·한국투자금융·하림·KCC 등 4개 그룹이 8개월 만에 다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2012년 이후 매년 계열사 수가 줄었던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상위 4개 그룹은 5년 만에 다시 덩치를 키웠다. 이들 4대 재벌과 중·하위 집단간의 자산·매출액 격차가 커지면서 경제력 집중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31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채무보증 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30일 공정거래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높였다.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를 금지하고 공시의무를 부여한 대기업집단과 여기에 상호출자와 신규 순환출자, 계열사 채무보증,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추가로 적용받는 대기업집단을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2016년 5월 기준 65개였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28개로 줄었다.
그룹별로 보면 지난해 9월 지정에서 제외됐던 KT&G와 한국투자금융, 하림, KCC 등의 그룹이 자산이 늘어나면서 규제 집단에 재진입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자산이 9조7,000억원이었던 KT&G는 자산이 10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금융은 8조3,0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하림은 9조9,000억원에서 10조5,000억원으로, KCC는 9조8,000억원에서 10조5,000억원으로 자산이 각각 증가했다.
다만 현대증권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이 12조3,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현대그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5개 그룹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추가 지정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수도 지난해 9월말 대비 148개 증가했다. 평균 계열회사 수도 같은 기간 39.9개에서 40.8개로 0.9개 증가했다. 계열회사 수가 많은 집단은 △에스케이 96개 △롯데 90개 △씨제이 70개 순이었다.
계열회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집단은 농협(36개)과 미래에셋(13개)이었다. 농협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리솜리조트와 그 자회사를 계열로 편입했고, 구조조정 기업인 창명해운에 출자전환으로 그 자회사까지 대거 거느리게 됐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합병을 통해 그 자회사를 계열로 편입시켰다.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 SK그룹의 영향으로 4대 그룹의 평균 계열사 수는 5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4대 그룹의 평균 계열사 수는 2012년(73.5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에는 65.8개까지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69.8개로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SK그룹이 10개로 가장 많이 늘었고 △삼성 3개 △현대자동차 2개 △LG 1개 등의 순이었다.
30개 집단 내 상위 집단과 중·하위 집단 간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 30대 집단의 자산 총액에서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52.7%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액 비중도 56.2%로 3.0%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당기순이익 비중은 72.7%로 비중이 전년 대비 7.2%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르면 7월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외에 총수 사익편취 규제 및 공시 의무를 적용하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달 18일 국회를 통과해 7월 19일 기행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과 관련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공개해 시장 감시를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집단별 내부지분율, 순환출자 현황, 내부거래 현황, 채무보증 현황, 지배구조 현황 등도 단계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