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는 게 더 좋아 보일까?’라는 계산은 처음부터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장점이든 단점이든 온전한 자신을 내비치는데 숨김이 없었던 장재인은 휴대폰을 꺼내 자신이 작업한 음악을 들려주며 흘러나오는 비트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자유로움 속에 진한 색채가 묻어나는 듯한 느낌. 왠지 모르게 장재인의 음악과 꼭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최근 장재인은 1년 8개월 만에 신곡 ‘까르망’을 발표했다. 박근태, 옥정용이 공동 작곡하고 장재인이 작사를 맡은 이 곡은 재즈와 포크를 접목시킨 얼반 퓨전재즈의 장르로 장재인이 이전까지 선보인 곡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실 비유를 하자면 박근태 오빠가 북쪽에 있고, 전 남쪽에 있어요. 오히려 그분의 음악이 더 여성스럽고 섬세한 편이고 저는 러프하고 투박한 면이 있죠. 그만큼 저희의 음악 스타일이 많이 달랐어요. 협업을 할 때 항상 그 부분을 잊어버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저에게는 이번 작업을 통해서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부분을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됐어요”
리듬적으로 새로운 도전이 있었지만,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장재인의 솔직한 가사는 예전 그대로였다. 영화 ‘비포 미드나잇’을 보고 느꼈던 감정을 ‘까르망’ 가사에 녹여낸 장재인은 사랑으로 인해 받았던 상처 역시 사랑으로 치유 받을 날이 온다고 이야기 한다.
“저 역시 자연스러운 연애와 이별을 경험하면서 회의감도 느끼고 두려움도 생겼어요. 그러다가 또 설레는 순간이 찾아오더라고요. 이별로 인해 아파 죽을 것 같으면서도 곧 그 시기가 지나고 괜찮아질거란 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어요. 그 지점을 가사에 담아보고 싶었죠. ‘비포 미드나잇’을 보면 모든 건 순간이고 지금이 소중하다고, 다 지나간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굉장히 큰 위안이 됐어요”
매번 발표하는 곡들마다 특유의 시적이고 감각적인 가사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재인은 소속사 미스틱의 수장이자 가요계 대선배이기도 한 윤종신 덕분에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전까지 의식의 흐름대로 가사를 써왔다면 지금은 조금 더 스토리에 집중해서 써 나가는 법을 익혔다.
“저의 작사가 기질을 보고 선생님이 작사에 더 집중해보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가 작사한 걸 항상 봐주시고, 선생님께서 잘 썼다고 칭찬해주시면 거기에 더 용기를 얻었어요. 그 과정을 통해서 작사 할 때 포인트들이나 방법을 조금 더 알게 됐죠”
어느 덧 데뷔 7년 차. 데뷔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질 만큼 이미지 적으로도 세련돼졌고, 무대 위에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늘어났다. 원치 않게 겪게 된 투병 생활로 인해 좌절도 맛보았고, 그로 인해 아픔을 조금 더 빨리 털어내는 법도 터득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누군가가 아닌 ‘내가 만족스러울 수 있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목표였다. 좋은 창작진들과 함께 얼마큼 내 머릿속에 있는 걸 잘 구현해내느냐가 더 중요할 뿐, 대중의 시선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고.
“예전에는 나를 하나의 이미지로 보는 게 힘들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요. 어떤 사람을 볼 때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평가하잖아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냥 흐름대로 설사 누군가에게는 잊혀 진다 하더라도 그냥 두고 싶어요. 억지로 저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대중가수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대중성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 사이에서 장재인은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손을 들어줬다. 유명세나 금전적인 충족도 그녀에겐 중요하지 않다. 때로는 이러한 모습을 철없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다.
“사람들한테 유연해지고 음악적으로 넓어졌을 뿐이지 제 생각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그대로예요. 가끔 제 생각을 어리게 보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건 가치관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 역시 돈 한 푼도 없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것이 정말 내가 행복을 느끼는 일이 맞다면 그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것에 뚜렷한 신념을 가진다면 풍족하지는 못해도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바로 그거에요”
장재인 역시 아직은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뮤지션으로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20대 그리고 30대, 40대. 차근차근 나이 들어가는 것과 함께 성숙 될 자신의 음악과 목소리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고.
“음악을 정말 잘하고 싶어요. 비트도 잘 찍고 싶고, 음악 배열도 잘 하고 싶어요. 그리고 어떤 곡을 부르던 간에 저만의 리듬이 지금보다 더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더 연습을 해야겠죠. 사실 저는 음악을 길게 보고 있어요. 나중에 죽기 전에 돌이켜 봤을 때 내가 얼마나 멋있게 음악을 잘했나, 얼마나 사람들과 행복하게 조화롭게 잘 지냈냐가 만족된다면 저는 그걸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