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1세대 뮤지컬 스타 남경주·최정원을 연극 무대로 돌아오게 한 작품은?

돌아온 '대학살의 신' 예의없는 도시인들 비튼다

6년만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서 재연



아이들 싸움이 늘 그렇듯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 두 개가 부러졌다. 이 사건으로 모이게 된 두 쌍의 부부. 고상하기만 했던 싸움의 시작은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온갖 물건을 집어 던지는 몸싸움으로, 급기야 눈물범벅의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진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소재로 공전의 히트를 했던 연극 ‘대학살의 신’이 6년 만에 돌아온다. 국내에선 흔하디흔한 상황이라 특별할 것이 없는데도 그 적나라한 상황 묘사에 관객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 등·퇴장도, 무대전환도 없이 이어지는 90분의 싸움으로 극이 이뤄지다 보니 ‘프로레슬링 혼성 태그매치를 관전하는 듯했다’는 감상평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이 작품 엄밀히 말하면 국산이 아니다. 지식인의 허상을 통렬하게 꼬집은 연극 ‘아트’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2008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토니어워즈, 올리비에 어워즈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최우수 코미디상 등을 거머쥔 작품이다. 특히 2011년에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과 영화로도 제작해 히트했다.


신시컴퍼니는 2010~2011년 두 차례 한태숙 연출과 함께 작품을 잇달아 선보였고 당시 대한민국연극대상과 동아연극상 등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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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세 번째 무대에선 연극 ‘보도지침’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으로 국내 공연계의 블루칩이 된 작가 겸 연출 오세혁이 대한민국 관객들이 보고도 뜨끔할 작품으로 윤색했고, 연극 ‘레드’ 뮤지컬 ‘원스’ 등을 연출한 김태훈이 재치 있고 긴장감 있는 무대를 끌어낸다.



명품 배우들도 작품에 힘을 싣는다. 오랜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1세대 뮤지컬 스타 남경주와 최정원 외에 송일국과 이지하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각각의 인물이 가진 이중성이다. 변호사이지만 부도덕한 제약회사의 편에 서는 알렝(남경주), 고상한 척하지만 중압감에 못 이겨 남의 집 거실에 구토하는 아네뜨(최정원), 평화주의자로 보이지만 아홉 살 딸의 애완동물인 햄스터를 길거리에 몰래 내다 버린 미셸(송일국), 아프리카의 모든 만행과 살육에 대해서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세계의 안녕과 평화를 꿈꾸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타인을 억누르고 조율하려 들어 오히려 평화를 해치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 베로니끄(이지하)까지.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모순과 이중성으로 가득하다. 김태훈 연출은 “관객들은 무대를 지켜보며 교양이라는 가면 속에 가려진 자신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24일~7월2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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