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일도, 여가도, 인간 관계도 가상으로 하는 시대 온다

네덜란드의 가상현실 스타트업 마누스(Manus)가 개발한 손동작 인식 무선 장갑. 손가락 하나하나에 센서가 부착되어 움직임을 감지하고 촉각 피드백을 제공한다. /사진제공=미래창조과학부네덜란드의 가상현실 스타트업 마누스(Manus)가 개발한 손동작 인식 무선 장갑. 손가락 하나하나에 센서가 부착되어 움직임을 감지하고 촉각 피드백을 제공한다. /사진제공=미래창조과학부


영국의 플렉스텍 컨설팅은 최근 환자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한 뒤 가상 공간 속 의사와 마치 실제 대면하는 것처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보이드(VOID)는 2016년 오감 정보를 재현할 수 있는 헬멧, 장갑, 조끼 등의 장비를 착용한 후 각종 놀이시설을 가상 현실로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인 ‘보이드 센터’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오픈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5년 11월 정기구독자 100만여 명에게 구글의 ‘카드보드’를 배송했다. 이 기기로는 내전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등 NYT가 개발한 ‘VR’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2015년 5월 미국 해병대는 버지니아주의 골프장에서 가상현실을 활용한 탱크, 박격포 훈련을 실시했고 미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은 하늘 위가 아닌 땅에서 가상현실 비행 훈련을 마쳤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은 이미 다양한 실생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출시 후 게임 역사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 뿐만이 아니다. 영화 등 대중 매체를 통해 나타난 대중의 상상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앞으로 가상·증강현실로 인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최근 발간한 ‘가상·증강현실이 만드는 미래’라는 미래예측 자료를 통해 가상·증강 현실이 우리의 미래에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 것인지를 진단했다.


먼저 경제적으로 볼 때 생산과 유통의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 시뮬레이션과 정보의 시각화를 이용하여 생산과 유통의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노후 인력의 재교육 방법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았다.

가상·증강현실과 관련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 또한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 시스템의 결함을 관리하고 제어하는 가상현실 기술원, 가상공간의 보안과 안전을 담당하는 가상현실 경찰, 원격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가상현실 의사는 물론 가상현실 스포츠선수, 가상현실 게이머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것이다. 2차원 평면의 대형 디스플레이 위주의 디스플레이 시장은 소형화된 고화질 안경형, 개인형 디스플레이 쪽으로 무게를 옮겨갈 전망이다. 또한 소형화된 디스플레이에 적합한 콘텐츠 개발을 촉진하여 선순환을 이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의 행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된다. 만족도 높은 실감 체험형 소비가 등장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어 쇼핑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구매 결정을 도와 소비를 촉진 시킬 것으로 예상 된다. 반품률이 줄어들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하기 쉬워져 소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제공하는 홍도 가상현실(VR) 서비스. 바닷속 생태계를 고화질의 사진으로 보며 간접 체험할 수 있다.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제공하는 홍도 가상현실(VR) 서비스. 바닷속 생태계를 고화질의 사진으로 보며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가상 현실은 현실적인 제약을 신경 쓰지 않고 달나라도, 북한도, 값비싼 공연도, 세계 유명 박물관도 마음껏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문제나 신체 장애로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이들도 가상·증강현실 콘텐츠로 구현된 세계 유명 관광지를 적은 비용으로,안전하고 편리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접해야 할지 몰랐던 이들에게 직관적인 정보 접근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정보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

또한 가상·증강현실 기술의 활용이 일반화되면 지역 격차가 크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고품질 원격 교육이 가능해진다면, 전통적인 ‘학군’의 개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가상현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 ‘역세권’ 등의 교통 중심지 개념도 희미해질 것이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은 공공 서비스의 품질을 제고하는 데도 크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산간 지역이나 외딴 섬 등 공공서비스 낙후 지역에 고품질의 원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상·증강현실은 교육 분야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3차원적이고,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체험형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독서 부족으로 사고력이 감퇴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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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재난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한다면 실제 재난 상황에서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테러 예방 및 진압에도 사용이 가능하며, 교통 정보 안내와 차량 정비에도 도움을 주어 인재로 인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 재활 치료 등에서 효과를 보고 있으며, 미래에는 의료 용도로 기술이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도서 산간 지역 등 의료 취약 지역에 원격 진료가 가능해지고, 개인용 건강관리를 위한 가상·증강현실 기기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부 및 수술 실습 등 의료 교육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생생한 오염과 파괴 실태를 가상 현실로 보고, 정보를 증강현실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면 환경오염, 기후 이상, 생태계 파괴 등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17이 진행 중인 가운데,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VR 체험존에서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17이 진행 중인 가운데,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VR 체험존에서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각종 미디어 및 문화·예술 콘텐츠가 가상·증강현실 기술과 접목되면서 보다 저렴하고 다양하게 실재감 높은 경험 및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피라미드 내부, 화산, 해저, 우주와 같은 장소에 가 보고 스카이 다이빙이나 스키 점프 등의 고위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떠한 현실적 제약도 없이 원하는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가상여가 활동’이 일반화하여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하는 것이다.

또 원격 회의, 여럿이 함께 하는 게임이나 소셜 네트워킹, 온라인 데이팅 등의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고 확산된다면 대다수의 사용자는 이러한 가상현실로 실제처럼 묘사된 허구, 혹은 증강현실로 확장된 세계와 ‘진짜 현실세계’를 구태여 구별하지 않고 살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두 세계의 경계가 무너져 가상·증강현실이 숨 쉬는 공기와 같이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환경인 ‘기술적 생활 세계(Umwelt)’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예상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상인지에 대해 혼돈이 일어나면서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자아 상실까지 겪게 될 수 있다. ‘몰입’이라는 특성 때문에 중독의 우려도 제기됐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프라이버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음란물 유통을 부추길 수도 있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증강 현실 사용자는 기본적인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에 걸릴지도 모른다. 증강 현실 기기의 시야에 광고가 끊임없이 제시된다면 어떠할 것인가. 안전사고의 위험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또 어떨까.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성과 위주의 근로 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고용주의 감시가 심해질 수 있다. 달라진 근무 환경에서 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과 IoT, 로봇 등의 첨단 기술과 결합할 때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같은 미래 기술을 전 세계적인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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