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새정부, 우주개발 패러다임 바꿔야

허환일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객원 기자

단기성과 집착·백화점식 개발땐

발사체 연기 뼈아픈 실수 되풀이

장기관점서 개발 방향성 확립

민간 참여 가능한 생태계 구축

정찰위성 조기 확보 노력 등

우주 안보 강화에도 관심을



지난 4월19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국제회의실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우리나라가 세계 우주경쟁에 뛰어드는 중요한 시점에서 그간의 현황과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우리 우주개발의 올바른 방향을 짚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마련된 수요포럼이었다. 필자가 주제발표를 맡았으며 전문가 패널 세 명의 지정토론과 자유토론이 이어지면서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새로운 정부가 추구해야 할 우주개발 정책 방향 등을 놓고 당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한정된 재원을 활용해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우주개발 예산은 1993년 약 22억원에서 2016년 약 7,263억원으로 330배가량 늘었으나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의 10분의1이고 일본에 비해서도 5분의1 정도다. 경쟁국보다 우주개발을 늦게 시작했는데 예산 규모마저 작은 만큼 한정된 재원을 총동원해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혜로운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형 발사체와 달탐사계획은 무리한 일정으로 단축된 뼈아픈 과거가 있다. 조기 개발을 위해 한국형 발사체에 대한 예산은 증가했지만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면서 결국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단기간에 국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다 보니 한국형 발사체 개발과 직접 관계없는 핵심기술은 배제되면서 선제기술 개발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향후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범위와 적정예산이 책정되는 것은 물론 사업평가에서 핵심기술의 진보 수준을 대폭 반영해야 한다. 또 우주개발은 여느 연구개발(R&D)과 달리 프로젝트가 아닌 프로그램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업 간 연계성이 높고 후속 사업과 밀접한 프로젝트를 우선 지원하되 기술 로드맵을 점검해가면서 추진 가능한 기술 개발인지 검토한 뒤 예산과 인적 자원을 고려해 현실성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우주개발은 10년간의 구체적인 목표설정, 5년마다 점검 등을 반복하며 프로그램 방식의 장기적인 접근을 해나가야 성공할 수 있다.


이날 토론 자리에서는 백화점식 우주개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귀담아들을 만한 지적이다. 양상진 KTSAT 위성서비스본부장은 “국내 위성 분야 R&D 투자목적이 위성 확보로 끝나는데 이를 넘어 우주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훈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초대형 트럭부터 버스, 경주용 차까지 다 개발할 것이냐, 연비가 좋고 안정성 있는 소형차에만 치중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경쟁력이 확보돼 있고 지속 가능한 분야를 찾아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방향성을 정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경쟁력 강화 등 경제적인 목표에 치중해 있는데 일본이나 독일 등에서는 경제성보다 통치자주권과 우주안보·과학지식 그 자체를 추구한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필요성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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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있으면 새 정부가 들어서 정부 조직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우주개발의 패러다임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민간의 우주개발 확대 참여가 가능하도록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목적도 분명해야 한다. 우주개발진흥법 제1조에서 명시한 것처럼 우주개발은 평화적인 목적이어야 한다. 거기에 덧붙여 육해공에 우주와 사이버를 포함하는 5차원 현대 전쟁에서 우주안보를 통한 자주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도 지속적인 우주개발이 필요하다. 특별히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핵 도발을 통한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정찰위성 확보를 앞당기고 프랑스와 같은 우주연합군 창설을 검토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스페이스X로부터 촉발된 민간 주도의 우주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도 우주 대표기업을 발굴, 육성하고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우주개발 프로그램 수립과 집행이 부각돼야 한다. 우주개발을 통해 국가위상 제고뿐 아니라 국민경제 발전의 한 축을 감당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허환일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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