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수석비서관회의 내용 등을 기록한 업무 수첩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등 특정 예술작품을 용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열린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특검은 이날 박 전 수석이 2013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하면서 기록한 비망록을 공개했다. 김 전 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린 2013년 9월 9일 메모에는 ‘천안함 영화 메가박스 상영문제, 제작자 펀드 제공자: 용서 안 돼’, ‘국립극단 개구리 상영: 용서 안 돼’라는 내용이 적혔다. 박 전 수석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김 전 실장의 발언을 적은 것이냐는 질문에 “회의 내용을 그렇게 기재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같은 달 11일자 수첩에 적힌 ‘대통령 대신해 각 부처 통할’, ‘비서가 악역을 해야’, ‘종북, 좌파 쓸어내야’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수석들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생각된다”고 진술했다.
박 전 수석은 수첩에 적힌 ‘좌파 척결’ 내용 중에는 김 전 실장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특검이 2014년 1월 6일자 수첩에 적힌 ‘비정상의 정상화, 뿌리 뽑아 끝까지, 불독보다 진돗개같이 한번 물면 살점 떨어질 때까지’라는 내용에 관해 “대통령의 말을 적은 것이냐”고 묻자, 박 전 수석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박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진행된 각종 회의에서 여러 차례 ‘비정상의 정상화’ 기조가 강조됐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 때마다 ‘나라가 좌편향 돼 있다’는 언급이 많이 있었다”며 “문화예술계 일부 단체에서 만든 영화나 연극에서 대통령을 조롱하고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을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바로잡아야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