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우려로 악화일로를 걷던 화장품 업종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기사회생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국내 화장품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전 거래일 대비 8.12% 상승한 31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아모레퍼시픽은 장중 한때 주가가 7% 이상 오르는 등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4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이날 미국 시장의 화장품 수입국 순위에서 한국이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4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화장품 업종의 호재로 작용했다.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우리나라는 미국의 화장품 수입국 4위를 차지했다. 1∼3위는 프랑스, 캐나다, 중국이었다. 한국 화장품의 수입량은 전 분기에 비해 60.7%나 증가했다. 수입화장품 전체 평균성장률 4.1%를 15배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호재로 아모레퍼시픽뿐 아니라 다른 화장품 기업도 5% 안팎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LG생활건강(051900)과 한국콜마(161890)는 각각 7.76%, 4.61% 상승했으며 코스맥스(192820)도 4.93% 올랐다. 화장품 기업이 대거 편입된 화학 업종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82% 상승했다.
하지만 화장품 업종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난 1·4분기 중국 사업 부진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한데다 향후 중국의 사드 보복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에도 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6%나 감소해 2012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전체 화장품 총수출액이 역성장했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업계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사드 보복 이후의 대응 전략을 강구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인구 1,000만명 규모의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LG생활건강 역시 베트남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업계가 시장 개척에 주력한 결과 중국 외 아세안·미국·일본 수출은 여전히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주요 브랜드 업체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포스트 차이나 전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