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자금은 밀려드는데 좋은 투자 기회는 감소한다. 실리콘밸리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영화로웠던 유니콘 기업들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를 통틀어 10억 달러 가치평가를 받았던 신생기업 수는 2015년 한 분기 숫자에도 미치지 못했다. (벤처기업의 특징인 혁신성보단) 수익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이 유행이 되었다. 신생기업들이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라서길 열망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 대신 벤처기업 경영진은 ‘깔끔한 계약’-거래조건에 명시된 유리한 잔여재산분배 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s)을 의미한다-과 합리적인 기업평가를 자랑하기 바쁘다.
하지만 우리는 성과에만 매달리는 ‘워크호스 시대(the Age of Workhorses)’에 살고 있지 않다. 벤치마크 Benchmark의 저명한 벤처 투자자 빌 걸리 Bill Gurley는 여전히 거품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고 외치는 영화 속 ‘치킨 리틀’은 빌 걸리 말고도 또 있다. 다른 투자자들도 은밀하게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걸리와 업계 투자자들이 “과도한 자본을 가진 신생기업들의 비용지출이 통제 불능 단계에 이르렀다”는 과거의 경고를 이젠 하지않고 있다는 것이다. 요령 있는 신생기업들은 경비 지출 속도를 늦추고 무리한 성장 목표를 하향조정하면서 2016년을 지내왔다. 그들은 ‘2018년 수익 창출’ 계획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이미 사업을 접었거나,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경쟁 심화로 초조해하고 있다. 저금리와 공모시장 과열 때문에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신생기업 투자에 지나치게 많은 신규 자본이 몰려 들었다. 지난 몇 년 간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는 1억 달러짜리 수표를 현란하게 흔들며 시장을 휘어잡았다. 하지만 소위 ‘눈먼 돈’의 배후에 있던 이런 묻지마 투자자들은 2016년이 되자 후퇴를 감행했다. 부진한 초기 투자 성과로 피로감을 느꼈고, 그들이 투자했던 비상장 기업들(우버 등등)의 기업공개를 기다리다가 이미 지쳤기 때문이었다.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Tiger Global Management가 지난 2014년 키친서핑 Kitchensurfing에 했던 1,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역주: 벤처캐피털 투자의 두 번째 단계 같은 대규모 초기 단계 헤지펀드 유입은 이제 보기 힘들게 됐다. 이 주문식 출장요리 서비스 제공기업은 작년 봄 회사 문을 닫았다.
뮤추얼펀드 회수도 새로운 벤처 투자자금 증가세를 막지는 못했다. 국부펀드, 복수 기업 벤처 펀드, 야심 찬 연금펀드, 대차대조표상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포춘 500대기업 등이 신생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예컨대 소프트뱅크 SoftBank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최근 1,000억 달러 규모의 테크 펀드 조성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새로운 종류의 ‘눈먼 돈’은 우리가 바라는 것만큼 임 자 없는 돈이 아니다. 이전 뮤추얼 펀드만큼 변덕이 심한 것도 아니다. 신생 유니콘 기업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강조되면서, 실현 가능한 비지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과 문 닫을 운명에 처한 기업들을 가려내는 일이 좀 더 쉬워졌다.
투자은행 직원들은 투자할 신생기업을 물색하는 신규 투자자들의 문의로 전화벨이 분주히 울리고 있다고 말한다. 소위 거품이 꼈던 예전보다 유니콘 기업들이 희귀해지면서, 오히려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경쟁 심화는 부진한 IPO시장이 활력을 찾기 전까진 계속될 것이다. 용기가 없으면 영광도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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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RIN GRIFF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