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각사각, 쓰윽...글쓰는 소리가 좋아요"

2030 디지털 피로감 커지면서

캘리그래피 등 손글씨 인기에

필사도서·문구류 구매율 껑충

쓰는 과정서 마음도 편해져

'디지털 디톡스' 효과 쏠쏠

서울 상수동의 한 캘리그래피학원에서 수강생이 글씨를 베껴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시울캘리그라피서울 상수동의 한 캘리그래피학원에서 수강생이 글씨를 베껴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시울캘리그라피




서울 상수동의 한 캘리그래피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글씨를 베껴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시울캘리그라피서울 상수동의 한 캘리그래피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글씨를 베껴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시울캘리그라피


‘사각사각, 쓰윽.’

지난 2일 오후1시께 서울 상수동의 한 캘리그래피(손으로 그린 문자) 학원. 따뜻한 봄 햇살이 비치는 8평 남짓한 공간에서 주부 한다영(37)씨는 A4용지에 검은색 붓펜으로 미리 준비해온 문구를 써내려갔다. 같은 문구를 10번째 쓰고 있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조심스럽다. 아이를 낳은 뒤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그는 매주 한 번은 이곳을 찾고 있다. 한씨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를 잊게 되고 조금 답답할 때가 있다”며 “여기 와서 글씨 쓰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고 말했다.

‘카톡’으로 얘기하고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전하는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글씨를 쓰며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려는 일반인이 늘고 있다. 연필에 익숙한 장년층뿐 아니라 키보드를 끼고 사는 20~30대 젊은 세대까지 손글씨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손글씨는 범람하는 디지털식 소통에 대한 일종의 대안 문화로 풀이된다.


지난달 24일 ‘손글쓰기문화확산’ 캠페인을 시작한 교보문고의 한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손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필사 도서와 문구류 구매율이 많이 높아졌다”며 “책을 읽고 글 쓰는 활동을 장려하고자 손글쓰기 문화를 확산시키는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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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가 각광받는 이유로는 같은 글이라도 디지털화한 문자가 전할 수 없는 진심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10년째 캘리그래피를 가르치고 있는 강다연(37)씨는 “최근 청첩장에 넣을 문구를 직접 쓰고 싶다며 찾아오는 예비부부들이 많다”면서 “딱딱한 컴퓨터 글씨보다 손으로 쓰는 게 진심을 전하기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잘못을 저지른 연예인들이 손글씨로 사과문을 써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거나 유명 여배우가 결혼 직후 감사 인사를 담은 손편지를 공개하는 이유도 진정성을 담기 위해서다.

손글씨를 배우는 이들은 글씨를 쓰는 과정 자체가 ‘힐링’이라고 입을 모은다. 3년 차 취업준비생인 황모(27)씨는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가끔 우울해질 때가 있는데 억지로라도 펜을 쥐고 글씨를 써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물 흐르듯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조모(26)씨도 직접 손으로 예쁘게 쓴 글씨를 본인의 SNS에 올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손글씨를 제대로 익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서예에서 다른 서예인의 글씨를 베끼면서 수련하는 ‘임서(臨書)’ 과정을 거치듯 손글씨를 배울 때도 모범이 되는 글씨를 수백번 따라 써야 한다. 짧으면 한 달, 길게는 1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손글씨를 배우는 이들은 글씨에 몰입하다 보면 디지털 시대에 느끼는 번잡함을 잊게 된다고 말한다.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 효과인 셈이다. 상수동에서 3년째 캘리그래피를 가르치고 있는 김기환(23)씨는 “주위의 모든 잡념을 차단하고 붓으로 글씨를 쓰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져 ‘힐링’이 된다”고 설명했다./김우보·변수연기자 ubo@sedaily.com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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