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실리콘밸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금은 민망한 상황이다.
‘엿 먹어라, 트럼프!’ 보스톤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털 찰스 리버 벤처스 Charles River Ventures(이하 CRV)는 지난해 가을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이 회사 홈페이지는 도널드 트럼프의 반 이민 입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만약 당신이 국경 벽을 세우고 변화를 거부한다면, (대선에서) 손을 떼라. 편견이 심한 사람은 대선에 참여해선 안된다.’
이런 반감이 IT업계 전반에 걸쳐 강하게 공유되면서 트위터와 SNS서비스 업체 미디엄 Medium의 블로그 내용, 컨퍼런스, 그리고 정치 후원금 행사 등에서 널리 표현되었다. 154명의 IT업체 대표들은 트럼프를 반대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아마존 최고경영자이자 워싱턴 포스트 소유주인 제프 베저스 Jeff Bezos는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휼렛 패커드 엔터프라이즈 Hewlett Packard Enterprise 최고경영자이자 공화당원인 멕 휘트먼 Meg Whitman도 힐러리 클린턴에게 정치후원금을 제공하며 트럼프를 “부정직한 선동가”라고 비판했다. IT업계보다 더 높게 반대 목소리를 내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그건 ‘과거사’일 뿐이다. 그런 반감이 사라지고 있다. CRV 홈페이지도 현재는 정상으로 돌아와있다. 일부 벤처 투자자들도 필자에게 트럼프 반대 트윗을 삭제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휘트먼은 “우리 대통령을 지지하는 건 모든 시민의 의무”라고 말했다. 베저스를 포함한 한 무리의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타워를 방문해 대통령 당선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 변화가 잡음을 내기도 했다. 작가 폴 카Paul Carr는 “실리콘밸리가 사탄을 만나는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크리스 사카 Chris Sacca는 IT대표들이 “파시즘을 정당화했다”고 망신을 주기도 했다. IT 기업 직원들은 반대 연대를 통해 미국 내 무슬림을 등록·관리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저항할 것임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 가지 숨기고 싶은 비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의 특정 주요 IT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도덕성은 잠시 접어두자. 트럼프의 미국에선 ‘신의성실 의무(Fiduciary Duty)’ *역주: 기관투자가가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해선 안 된다는 원칙 가 최우선이다. 선거 유세 기간 동안 기업 합병에 대해 거친 소리를 냈던 트럼프는 기업의 독점적 행태를 반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신 회사가 아마존, 알파벳 혹은 페이스북 같은 곳이라면 그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스타트업에게 득이 될 수도 있다. 우버의 자문사로 알려진 정치 컨설팅 벤처 기업 터스트 홀딩스 Tusk Holdings의 최고경영자 브래들리 터스크 Bradley Tusk는 “공화당이 점령한 의회가 정치적 교착 상태를 종식시켜 스타트업에 불리한 법을 개혁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해가 걸린 분야에는 비정규직 권리, P2P 대출법, 온라인 도박 제한, 그리고 사교육에 대한 정밀 조사 같은 것들이 있다.
극도로 기업 친화적인 행정부는 이 같은 부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교통부 장관 내정자 엘레인 차오 Elaine Chao는 우버와 리프트 Lyft의 계약직 운전자들이 활동하는 소위 ‘긱 경제(Gig Economy) *역주: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관련 있는 사람과 임시 계약을 체결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 에 대해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내왔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대형 비상장 스타트업을 더 철저하게 감독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시장 관계자들은 트럼프 정부 하에선 이 같은 사안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대규모 법인세 감면 전망으로 공모 시장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지연된 상당수 IT 기업들의 IPO가 재시동을 걸 것이다
그리고 그건 엄청난 규모가 될 수도 있다. 필자의 말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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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RIN GRIFF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