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日 기모노문화 보며 생활한복 가능성 발견했죠"

이찬미 생활한복 '꽃빔' 대표

졸업 후 다니던 건축회사 폐업에

3년 직장인 생활 접고 창업 전선

디자인 인정...청와대 사랑채 입점도

이찬미 꽃빔 대표.이찬미 꽃빔 대표.


“대학교 3학년 때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었어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기모노를 어디서나 입고 다니더라고요. 전통의상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꽃빔을 시작한 건 ‘우리라고 못할 게 뭐냐’는 생각 때문이에요.”


생활한복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이찬미(30·사진) 꽃빔 대표는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자연스럽게 한복을 입는 그날을 꿈꾸고 있다. 처음부터 한복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을 했다.

이 대표는 수원대 건축공학과 06학번이다. 어려서부터 뭔가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데다 건축업계에서 일했던 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졸업 후에는 건축설계회사에서 일했다. 만 3년을 꼬박 밤을 새워 가며 열정을 쏟았다. 설계한 건물이 완성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 회사가 하루아침에 없어져 버린 탓이었다.

“건축 경기가 안 좋았을 때였어요. 회장님이 몇 개 부서만 남겨놓고는 회사의 문을 닫아버렸죠. 운영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는데 그런 결정을 내리더라고요.”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으로 이직해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과감하게 새로운 준비를 하기로 했다. 창업은 그렇게 시작했다.


생활한복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특별한 계기 때문은 아니었다. 일본의 기모노 문화를 보며 한국에서도 한복의 인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옷을 수선하고 만드는 것을 봐왔던 것도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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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서울산업진흥원(SBA·Seoul Business Agency)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붙었다. 한복을 널리 알리겠다는 사업 계획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꽃빔이라는 이름은 긴 고민 끝에 만들었다. 꽃처럼 예쁜 옷이라는 의미 외에 ‘빌다’의 명사형 ‘빔’을 써서 우리나라 문화가 꽃피기를 빈다는 소망도 담았다.

처음 해보는 사업은 쉽지 않았다.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한복 제작 과정도 자갈밭이었다. 건축 설계를 한 덕분에 디자인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제작이었다. 마음에 드는 색의 옷감을 찾기 위해 의류 원단 업체 수십 곳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다행인지 노력한 만큼 사업은 커가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 입점 디자인으로 선정돼 청와대 사랑채와 케이스타일허브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했다. 동대문과 신촌에서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하나의 한복을 만들 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앞으로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대표는 “큰 계획을 세워도 변수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눈앞의 일부터 해나갈 생각”이라며 “더 많이 사랑받는 예쁜 생활한복을 한 벌씩 만들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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