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돌아온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 쭈타누깐 꺾고 LPGA 오초아 매치플레이 우승...11개월 슬럼프 털고 통산 6승

지난주 컷 탈락 수모 계기로

美 진출 초기 간절함 되찾아

허미정, 미셸 위 누르고 3위에

김세영(오른쪽 두 번째)이 8일 로레나오초아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함께 열린 이벤트 대회 참가를 위해 모인 LPGA 명예의 전당 회원들도 김세영의 우승을 축하했다. 왼쪽부터 줄리 잉크스터(미국), 박세리,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멕시코시티=AFP연합뉴스김세영(오른쪽 두 번째)이 8일 로레나오초아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함께 열린 이벤트 대회 참가를 위해 모인 LPGA 명예의 전당 회원들도 김세영의 우승을 축하했다. 왼쪽부터 줄리 잉크스터(미국), 박세리,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멕시코시티=AFP연합뉴스






“2년 전 처음 미국 올 때의 마음가짐을 어렵게 되찾았어요. 그때처럼 치열하게 밀어붙여서 10승까지 도전해야죠.”

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로레나오초아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4·미래에셋)은 데뷔 첫 승을 올린 신인처럼 흥분상태였다. 우승 없이 보낸 지난 11개월이 생각보다 훨씬 힘겨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우승 직후 전화 인터뷰에서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진출한 LPGA 무대다. 그런데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공동 25위)을 그르치고 나니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들까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털어놓았다. 올림픽 전에는 랭킹 포인트와 메달만을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렸지만 이후로는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 머릿속에 들어와 불필요한 생각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지난 2015년 미국에 진출, 지난해 전반기까지 LPGA 투어 5승을 챙겼던 김세영은 올림픽 후 슬럼프를 겪었다. 특히 올 시즌은 이번 대회 전까지 7개 대회에서 톱10에 한 차례밖에 들지 못했다. 지난주는 첫날 77타 등으로 컷 탈락 수모를 겪기도 했다.

김세영은 “컷 탈락이 멘털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돌아봤다. “미국 데뷔 3년 차니까 좀 여유로워진 시각으로 골프를 대해야겠다고 시즌 전에 마음먹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접근이 저한테는 맞지 않았나 봐요.” 그는 “컷 탈락 뒤 마음을 완전히 고쳐먹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의 간절함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스스로 엄청난 압박을 주는 스타일이 역시 저한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골프를 못 쳤을 때 가장 많이 공부가 되고 긍정적인 충격도 받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근 1년 만에 캐낸 이날의 통산 6승째는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더욱이 무대는 일반적인 스트로크플레이 대회가 아닌 강심장만이 살아남는다는 1대1 매치플레이. 김세영은 세계랭킹 3위인 괴력의 장타자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의 거센 추격을 1홀 차로 막아냈다. 멕시코시티의 멕시코GC(파72·6,804야드)에서 열린 결승에서 김세영은 짧은 파5홀인 2번홀에서 이글 퍼트에 성공하는 등 1~3번홀을 모두 따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두 홀 차로 맞은 12번홀(파4)에서는 쭈타누깐이 10m 넘는 파 퍼트를 넣어 부담이 큰 상황에서 2m 버디를 놓치지 않았다. 다시 세 홀 차. 이후 쭈타누깐이 14번홀(파3)과 17번홀(파5)을 가져가며 1홀 차로 압박했지만 김세영은 마지막 18번홀(파4)을 파로 막았고 쭈타누깐의 2m 버디 퍼트 실패에 마침내 트로피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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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은 “마지막에 제가 보기 2개로 흔들리고 있었고 쭈타누깐은 엄청난 장타로 ‘우당탕탕’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막아낸 거라 가장 힘들었고 또 그만큼 짜릿한 우승이었다”고 돌아봤다. 17번홀에서는 티샷 OB(아웃오브바운즈) 탓에 보기를 범했는데 코스 밖 주택으로 향한 볼을 찾으려던 캐디가 집 울타리를 만지다 감전사고를 당할 뻔한 가슴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20만5,000달러(약 2억3,000만원). 세계랭킹도 12위에서 8위로 끌어올렸다.

오랜 스승인 이경훈 코치가 미국을 방문, 최근 1주일간 함께 시간을 보낸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세영은 “코치님, 가족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서도 안정을 찾았다”면서 “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예전에 썼던 퍼터를 다시 꺼내 든 것도 잘 먹혔다. 한국에서부터 총 10승을 같이 한 퍼터로 11승째를 올리게 됐다”며 웃었다. 김세영은 올해 안에 LPGA 투어 통산 10승도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에 “쉽지 않겠지만 안 될 것도 없다”고 그답게 답했다.

한편 준결승에서 김세영에게 5홀 차로 진 허미정(28·대방건설)은 미셸 위(미국)와의 3·4위전에서 연장 끝에 역전승해 3위를 차지했다. 허미정은 10번홀까지 5홀 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이후 두 홀 연속 버디로 분위기를 바꿨다. 17번홀까지 7개 홀에서 5홀을 따내는 무서운 뒷심을 보인 허미정은 연장 네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마라톤 승부를 끝냈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10개 대회에서 6승을 쓸어담고 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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