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선택의 날이 밝았다. 경제와 안보 모두 총체적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號)’를 이끌 새 선장을 자처한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차기 정부의 가치를 담은 비전을 내세워 선거운동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동분서주하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19대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개혁과 통합의 도도한 흐름을 만들어달라”며 유권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촉구했다. 문 후보는 “개혁만이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다. 개혁으로 낡은 시대와 결별해야 한다”며 정권교체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천 표, 만 표 모인 압도적 지지가 모이면 천지개벽의 기적 같은 변화가 가능하다”며 당선을 넘어 과반의 표를 몰아줄 것을 호소했다. 이를 통해 문 후보는 “사상 처음으로 전국과 전 세대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는 ‘사상 최초의 통합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날 부산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좌파가 무너뜨린 자유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시 세우겠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선을 좌파와 우파 간 이념대결로 규정했던 홍 후보는 본인이 좌파세력의 집권을 막을 우파의 적통 후보임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목숨 바쳐 이 나라를 지키고, 피땀 흘려 우리 경제를 일구고,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우리 아버지·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이 자유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정신이고 가치”라며 “친북세력이 대북정책을 결정하고, 민노총이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역사부정’ 전교조가 교육을 망치는 나라를 막아내겠다”고 역설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선 전날 유권자들을 향한 마지막 메시지로 ‘기득권 정치와의 종말’을 선택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의석 하나 없는 중도신당 후보가 프랑스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를 거론하며 “낡은 이념이 아닌 새로운 변화를 택한 프랑스처럼 대한민국도 이제 기득권 정치의 종말을 고하고 낡은 과거에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또다시 1번(문재인)이나 2번(홍준표)이 되면 광장은 앞으로 5년 내내 분노한 대중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면서 본인이야말로 국민통합의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20~30대 젊은 유권자들과 만나 개혁적 보수를 길러낼 희망의 씨앗을 뿌려줄 것을 호소했다. 유 후보는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하는 젊은 학생들, 젊은 가장과 엄마·아빠들의 지지를 제일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보수정당의 낡고 부패한 정치에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에게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의 희망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그는 사표(死票) 우려 심리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신과 양심대로 투표하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라며 소신 투표를 당부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심상정에게 투표해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촛불시민의 열망도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민심에서 비롯된 만큼 ‘촛불혁명’을 마지막 메시지로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심 후보는 “지난 60년간 승자독식과 성장제일주의에 매몰된 대한민국의 노선을 대전환해달라”며 “이 땅의 모든 고단한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19대 대선의 당선인은 10일 오전2시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특성상 투표 마감이 기존 오후6시에서 오후8시로 2시간 늦춰진데다 대선 사상 처음으로 사전투표가 이뤄지면서 개표작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종 개표 종료 시점은 10일 오전6~7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선거 다음날인 10일 오전8~10시께 전체회의를 열어 당선인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현상·김지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