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행정학 전문가 폴 C 라이트는 저서 ‘대통령의 어젠다(The President’s Agenda)’에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자산 중 하나로 ‘당의 지원’을 꼽았다. 당의 지원은 곧 의회에서의 의석수와 연관된다. 그는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5년 입법 제안의 60%를 의회에서 통과시켰는데 그에 앞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27%만을 통과시켰다. 이는 두 대통령의 협상력의 차이가 아니라 1964년 치러진 선거 이후 하원에서 민주당 의석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9일 치러지는 대선에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존슨과 같은 행운은 누릴 수 없다. 가장 의석수가 많은 더불어민주당조차 299석 중 119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른 당과의 협치 내지 연정 없이는 법안은커녕 내각 구성부터 불가능한 구조다.
차기 대통령 임기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열어 당선인의 이름을 부르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순간 시작된다. 이때부터 100일간은 차기 정부의 황금기로 꼽힌다. 이 기간 내각 인선, 국정 어젠다 세팅, 청문회 등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과거 정부는 취임 이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에 어젠다 세팅과 내각 인선의 대강을 마무리하는 시간적 여유를 가졌으나 차기 정부는 이 모든 것을 100일 안에 마무리하고 나아가 주요 공약의 이행에 착수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이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없는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민정수석, 홍보수석 등을 우선 임명하고 동시에 국무위원과 장관 제청권을 가진 국무총리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은 당선 즉시 총리 내정자를 밝히고 차기 내각 구성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식을 할 시간이 없다. 바로 일을 시작하겠다”며 “각 정당 대표의 협조를 구해 가능한 빨리 협치의 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무총리는 국회 추천을 받아 임명할 방침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이날 차기 내각안의 일부를 발표하기도 했다.
차기 대통령은 곧이어 청문회를 요하지 않는 국무조정실장과 각 부처 차관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후보는 이미 차관 후보자를 추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위원 및 장관 제청권을 행사하도록 한 후 물러나도록 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각 후보의 공통 공약인 ‘책임총리’ 정신에는 다소 어긋나지만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국무총리와 장관 인사청문회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100일이라는 허니문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다당제 구조하에서 일부 장관 내정자의 낙마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검증 기간이 짧아 예상치 못한 부적격 사유가 드러날 가능성도 높다. 황 대행이 장관 제청권을 행사할 경우 최소 30일, 차기 총리가 국회 동의를 받은 후 제청권을 행사하면 60일이 걸린다. 후자의 경우 자칫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 내각 구성 완료에만 100일이라는 시간이 허비되고 차기 정부의 국정 동력은 급격히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위원회를 거친 역대 정부에서는 대통령 취임 후 내각 구성까지 평균 한달 정도가 걸렸다.
장관 인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차기 정부는 차관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부처의 중량감 있는 공직자 내지는 대통령의 주요 측근이 차관직에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취임식은 당선 후 하루이틀 안에 간단한 취임 선서로 갈음하거나 선서와 취임식을 약식으로 동시에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경찰은 새 대통령 취임식 장소로 광화문과 국회·대한문 등 몇 곳을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능현기자 우영탁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