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 우리 경제는 선진국형 체질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일례로 인공지능(AI)을 산업현장에 투입하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 생산성 향상은 적은 인력이 다수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응할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AI가 투입되는 분야는 노동이 기계로 대체된다. 단순반복적인 작업일수록 대체가 용이해진다. 일자리를 잃는 이들은 당연히 저항하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우버택시와 원격진료 도입이 거부돼 4차 산업혁명에 이르는 길이 순탄하지 않음을 예고하기도 했다.
반면 선진국은 첨단 기술의 도입에 대한 저항이 비교적 약하다. 산업화의 역사가 오랜 선진국은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는 것에 대한 대응책이 일찍부터 개발됐다. 일자리를 잃더라도 신산업으로 경제성장이 높아지면 곧 새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경험을 거듭해왔다. 그때까지 나의 생계를 다른 계층에서 돌봐주고 새 기능을 재교육시켜주는 사회안전망이 확고하게 구축돼서다.
결국 사회적 신뢰가 4차 산업혁명 성패의 중요한 열쇠다. 일자리를 잃더라도 실업 지원과 재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굳건하면 내 일자리를 포기해 4차 산업혁명으로 전개되는 길을 터주고 새로운 성장이 이뤄져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약속이 일자리 포기를 얻어내기 위한 감언이설에 불과하다면 변화에 저항하고 새로운 성장의 길은 닫혀 공멸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믿음은 현재의 행위에 의해 형성된다.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등에 고용 유연화의 고통과 저임금의 부담이 집중되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고통 분담의 배려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조성되기 어렵다. 5년마다 앞선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들이 무산되면 정책의 신뢰성도 확보되기 어렵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가 되려면 기술혁신, 창업벤처, 창의적 인재 등이 모두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산업의 해체로 초래되는 희생이 충분히 보상받게 될 것이라는 공동체적 믿음의 초석이 깔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