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하루 반나절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 캠프의 이메일 유출 파문이 불거졌으나 그 파급력은 미미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캠프 해킹 건이 조용히 지나간 결정적인 이유로 프랑스에는 영국의 선정적인 타블로이드 신문이나 미국의 극우 언론 같은 언론이 없는 점을 꼽았다.
프랑스 언론은 대선일 투표 마감 44시간 전에 선거 운동과 보도를 중단하는 ‘블랙아웃’ 규정을 존중해 선거 직전에 터진 해킹 파문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 밤 블랙아웃이 시작하기 직전 마크롱 대선 후보 측은 이메일 유출에 대해 “프랑스 민주주의를 흔들기 위한 시도”라고 대응했을 뿐이다.
마크롱 캠프가 해킹당한 이메일 등은 보도 ‘데드라인’ 5일 자정을 몇 시간 앞두고 인터넷에 올라왔다. 기자들이 유출 자료를 면밀히 살펴 기사를 작성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진짜와 가짜 문서가 뒤섞여 있었다. 전문가들은 해킹세력이 언론이 검증할 수 없는 이런 시점을 노리고 기습적, 전략적으로 자료를 온라인에 유포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요한 위프나겔 편집장은 “프랑스에는 ‘폭스뉴스’가 없다”며 “이 일(해킹)을 키워 자신의 의제로 이용하려는 유명인과 폭넓은 시청자를 보유한 방송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프랑스 유권자들은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나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봤듯이 민주주의 발전을 불안정하게 하는 것들을 경계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리베라시옹은 유출 문서에 대한 기사를 쓰기에 앞서 이를 평가하고 검증할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투표 마감 후 ‘보도 블랙아웃’ 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프랑스 언론은 마크롱 캠프에서 유출된 문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프랑스 당국이 해킹 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는 소식 정도만 전했다.
프랑스 언론은 침묵을 지켰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마크롱 캠프 해킹 관련 이야기가 빠르게 퍼졌다. 특히 미국 극우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해킹 파문 확산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