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의 흥행 역주행을 예상했을까. 영화 ‘보안관’(감독 김형주)이 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꽉 움켜쥐고 있다. 5월 황금연휴 주말(6일)부터 1위 자리를 치고 올라오더니 연휴 막바지까지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보안관’은 지난 8일 947개 상영관에서 14만 9814명을 끌어 모으며 누적관객수 140만 9977명을 기록,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했다. 무려 3일 연속이다.
지난 3일 개봉해 5일까지는 3위로 출발했지만, 주말 이후 탄력을 받아 1위에 등극, 흥행 역주행이 시작됐다. 같은 날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감독 제임스 건, 이하 가오갤2)가 먼저 1위를 차지하며 흥행 강자로 떠올랐지만, 개봉 4일 만에 판이 뒤집혔다. 8일까지 ‘가오갤2’가 2위, 함께 개봉한 ‘보스 베이비’(감독 톰 맥그라스)가 3위를 달렸다.
‘보안관’의 이 같은 역주행 신화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이는 ‘틈새 공략’과 ‘웃음’에서 찾을 수 있다. ‘보안관’은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형사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를 홀로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로컬수사극. 여기에는 미모의 여배우도, 아주 화려한 연출도 돋보이진 않는다. 부산에 사는 ‘아재’들이 구수한 토박이 사투리를 구사하며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소소한 풍경과 로컬 정서를 다룬다.
최근 다수의 작품들이 자극성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보안관’은 그러한 코드를 보기 좋게 비껴가 차별성을 뒀다.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을 비롯한 출연진 대부분을 ‘아재’로 설정하면서, 세련된 색깔을 입히기 보다는 정겨움과 친숙함을 풍겼다. 최근 부상하는 트렌드인 ‘아재’로 중심이 된 이들은 시종 툭툭 던지는 말투와 능청스런 케미로 끊임없이 소소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면서도 후반에 치달을수록 통쾌한 수사극을 완성시켜 극적 쾌감까지 안긴다.
‘보안관’의 이러한 웃음코드와 흥행 역주행 양상은 ‘공조’(감독 김성훈)와 일맥상통하다. 올해 1월 개봉한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가 시작되고, 임무를 완수해야만 하는 특수부대 북한형사와 임무를 막아야만 하는 생계형 남한형사의 예측할 수 없는 팀플레이를 그렸다. 특수부대 북한형사 림철령 역의 현빈과 생계형 남한형사 강진태로 분한 유해진의 정겨운 합이 예상치 못한 코믹을 낳았고, 당시 개봉한 ‘더 킹’을 추월해 1위로 역주행, 약 780만 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공조’ 역시 당시 설 연휴 극장가 특수 혜택을 톡톡히 받은 작품. 연휴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 상당수가 ‘가족단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자극적이고 무거운 장르보다 편안한 웃음이 보편적으로 통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보안관’의 흥행 이유도 같은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마블 대작 ‘가오갤2’를 과감히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건, 전 세대가 언어(자막)의 장벽 없이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한국영화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코믹 수사 활극 ‘임금님의 사건수첩’도 한국 영화중에서는 ‘보안관’ 다음 두 번째로 흥행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 관람객들 역시 B급 감성의 ‘가오갤2’ 보다는 확장성 있는 ‘보안관’이 부모님과 함께 관람하기 부담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앞으로 연휴 이후의 흥행은 어떻게 이어질까. 오늘(9일) 막강한 기대작 ‘에이리언: 커버넌트’(감독 리들리 스콧)와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이 개봉한 상황에서 ‘보안관’이 연휴 이후에도 전 세대를 아우르며 흥행을 지속할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