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이번 선거 막판 ‘소신투표’의 바람을 일부 흡수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지만 그의 정치적 앞날에는 여전히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바닥을 맴도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어렵지만 개혁 보수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친정인 자유한국당을 ‘썩은 보수’라고 규정하며 “대선 이후에도 절대 통합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불안한 안보관 등을 이유로 연대에 난색을 표했다.
앞으로도 유 후보는 당 소속 의원들의 선택과는 별개로 마지막까지 소수의 측근 의원들과 함께 당에 남아 보수정당으로서의 뿌리를 내리는 데 헌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전망이 밝지는 않다. 그는 탄핵 정국으로 진보 진영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치러진 대선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보수의 아이콘’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수 적통 경쟁에서도 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에게 사실상 대패했다. 유 후보는 이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창당할 때의 신념과 용기를 갖고 어떤 어려움도 함께 극복하겠다는 생각을 해달라”며 “백의종군하면서 여러분과 늘 함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향후 당권 도전과는 거리를 둔 채 개혁 보수로서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유 후보가 경제 현안의 경우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구에 출마해 지지 기반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적어도 유 후보가 ‘의원 배지’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와신상담 후 차기 대선에 재도전하겠다는 속내를 품고 있다면 이 전략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 후보는 초지일관 스스로를 정통보수 후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지역구가 어디든 대선에서 우파의 본산인 영남 지역 유권자들을 붙잡지 못한다면 대권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 소속 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의석수가 20석으로 쪼그라든 바른정당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추가 탈당자가 발생하면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서 정치 세력으로서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10일 오후 선대위 해단식을 가진 바른정당은 15~16일 소속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모두 참여하는 연찬회를 열고 활로 모색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찬회에서는 새 지도체제 구성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