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으로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공식 취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국정 공백 사태는 물론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으로 사회 혼란이 극심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탄핵 정국 이후 파열음을 내고 있는 사회 갈등을 봉합하고 흩어진 국민 에너지를 통합과 도약으로 이끌어내야 할 시기에 서 있다. 특히 경제 활력 회복과 양극화 해소, 그 기반이 되는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야 한다. 그러나 국회 권력이 커진 상황에서 국회 의석수 40%라는 소수정권의 한계를 안고 있는 새 정부로서는 다른 정당·정파들과의 협력적 거버넌스 추진이 필요하다. ‘협치와 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개혁과 통합·성장이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서울경제신문은 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으로서 공식업무를 개시한 이날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채수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등 서경 펠로를 초청해 이번 대선의 의미와 새 정부의 과제를 긴급 점검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재정 투입된 공공 일자리 지나치게 늘리면 자칫 경제 발목
기업 옥죄기보다 ‘글로벌 스탠더드’ 규제로 자율성 보장하고
다중투표제 등 주식회사 근간 흔드는 법 개정은 신중해야
가계부채, 급하게 조이면 풍선효과 불보듯…긴호흡 필요
-새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일자리위원회 신설이다. 이를 통해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는가.
△강인수 원장=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업무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며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상황실에 일자리 수를 체크하겠다는 적극적인 모습은 바람직하다. 내용을 따져보면 나름 근거가 있는데 중요한 것은 재정이 투입된 일자리보다는 민간에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그래야 지속가능성이 생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민간과의 합의를 통해 고용을 늘릴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강제로 청년을 고용하는 청년할당제 얘기가 나오곤 했는데 강요해서 생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성환 원장=경제성장률 1%가 의미하는 신규 일자리는 7만개 정도다. 성장률이 3% 늘어나면 일자리가 21만개 생긴다. 80만개면 4년간 3%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숫자다. 과다한 숫자가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긍정과 우려가 공존한다. 우려는 엄청난 숫자의 일자리를 공공 부문에서 만들다가 자칫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점이다. 반면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이 일자리 구조조정 과도기에 있는데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과도기의 청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인 점은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공공 부문 일자리가 전혀 필요 없느냐고 말하면 그건 아니다. 만들려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잘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나 선진국 대비 약한 교육 관련 사회 인프라 등이 있다. 공공 일자리는 한 번 만들어지면 없어지기 어렵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고 도움을 주는 일자리를 찾아 만들어야 한다.
△김동욱 교수=민간 부문 일자리의 경우 급여는 물론 향후 물동량과 판로, 정부의 규제, 경쟁 등의 요소가 다 고려돼 생긴다. 새 정부는 일자리위원회가 만들어지면 기업에 진심으로 물어봐야 한다. 왜냐하면 일자리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사람을 뽑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뽑고 싶어하는지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정책지원을 해야 한다. 일자리를 찾는 수요 중심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하다. 낙수효과는 약화됐고 중소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려고 한다.
△강 원장=공정위 조사국이 부활해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좀 글로벌하게 봤으면 좋겠다.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명분을 내세우고 달성하기 위해서 후속 작업을 하는 식으로 기업을 옥죄면 부작용이 일어난다.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신 원장=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형태의 법 개정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주주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제한한다든지 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당장은 해결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된다. 물론 대주주의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도 규제해야겠지만 그것 외에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주주의결권 제한 등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대주주 전횡을 막는 게 장기적인 방안이지,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형태의 규제는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
△채수찬 교수=5대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 우리나라 시총의 절반에 가깝다. 이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다중투표제 등도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다만 범죄 부문, 저는 이 부분은 정말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본다. 횡령 배임도 가중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 선진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소한의 제약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어떻게 동반성장해야 하나.
△김 교수=우리는 이제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업체 형식으로 세트였다. 이 구조는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소·중견기업 역시 상생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인건비를 건지고 플러스알파 형식으로 최소한의 마진만 남기려고 한다. 특히 협력업체 체제로 가니까 독자 판로가 없고 연구개발(R&D)도 없고 납품 외에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새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게 되면 협력업체 관계가 아닌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상생관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신 원장=대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선단식 경영은 이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불필요한 타기업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면 당국에 설명하게 하고 수익 제대로 내지 못하면 팔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결국 현재 우선순위로 보면 대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또 고용이 수반되는 성장을 하기 위해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업 등에 맞춘 진흥정책을 펴야 한다.
△채 교수=동반성장이라는 모델 자체가 한계가 있는 모델이다. 당연히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이 각각 있어야 한다. 혁신해서 대기업으로 성장할 생태계가 돼 있는지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약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성공 사례를 보듯이 기회만 있으면 클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에 종속된 기업은 크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독립적인 기업이 살아남는다. 중소기업 분야의 공약 가운데 연대보증제 폐지 등이 있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자에게 법인세를 매기거나 하는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너무 규제로 나서면 부작용만 초래한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강 원장=공약 중 총량규제처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를 150%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풍선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가계부채는 뾰족한 대책도 없어 보인다. 물론 개선안을 내놓겠지만 잘못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충분히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 원장=가계부채는 급하게 조이면 부작용이 크다. 긴 호흡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한도 내에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금융규제를 통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가지 않게 잡아야 한다. 현재 문제는 저소득층·자영업자에게 가계부채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수 부문 성장이 지난해와 재작년에 비해 떨어지고 있어 자영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터지지 않게, 재정을 쓰더라도 취약차주의 부채상환 능력을 유지시켜줘야 한다.
△채 교수=해결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이 있다. 거시경제에서 이자율과 금융 규제로 하는 방법이 있는데 예전에 강남 부동산이 붐일 때 정부에서 했던 방식이 종합부동산세를 늘리는 방안이었다. 방향은 옳았는데 급격해서 정권이 무너지는 효과도 발생했다. 금융 규제를 느슨하게 했다가 갑자기 조이면 금융위기가 일어난다.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핵심이다. 어떻게 하면 연착륙을 선제적으로 할 것인지 고민해서 가계부채가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게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사회=이현호 경제부 차장 hhlee@sedaily.com
정리=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