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 & market] 새 정부 '4차 혁명' 인재 키우려면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

인공지능 전문가 육성 위해선

수학적 이해·공학적 창의성 필수

흥미 유발하는 교육환경 조성을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오래전부터 구글과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딥러닝을 비롯한 인공지능(AI)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며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그 결과 인터넷 서비스, 자율주행차, 금융, 의료, 제조, 문화 콘텐츠의 제작 및 유통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좀 늦기는 했지만 AI에 투자해온 기업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기술적 진보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가역적 변화를 남길 것이다.

AI를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전문가, 데이터, 그리고 컴퓨팅 인프라가 요구된다. 이 중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는 충분한 투자가 이뤄질 경우 비교적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으나 우수한 AI 전문가를 얻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또는 그 이후 도래할 세상을 위해 어떤 인재를 육성해야 할까.

AI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이해와 이를 구체적인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프로그래밍 능력이 필요하다. 또 AI 기술을 이용해 구체적 가치를 창출할 만한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공학적 창의성이 요구된다. 현재 이러한 자질을 갖춘 인재는 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AI 전문가의 질적·양적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AI가 대중화돼 더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자질은 기술과 문화의 발전과 함께 더욱 일반적인 기본 요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AI 기술의 최근 트렌드를 고려할 때 현재의 열악한 환경에도 우수한 AI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딥러닝 분야의 선진 연구자들이 주요 연구 성과들을 빠르게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소스코드까지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최신 딥러닝 기술에 대한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러한 개방적 문화는 후발 주자들이 첨단 기술을 따라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관련기사



둘째, 딥러닝에 사용되는 수학의 난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딥러닝 초기에 사용되던 수학은 난도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대부분의 논문들에서는 과거에 비해 훨씬 쉬운 수학만을 사용하고 있어 대학 1~2학년 수준의 기초 수학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는 AI 시스템에 주로 사용되는 모델들이 어느 정도 성숙해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셋째, 딥러닝에 요구되는 프로그래밍 수준 역시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다. 딥러닝 오픈소스가 많이 공개됐기 때문에 핵심 알고리즘을 직접 구현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파이선 같은 쉬운 언어를 지원하고 있어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도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술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수학 교육은 개선이 시급하다. 딥러닝의 놀라운 발전은 수학을 현실적 문제 해결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필수적인 실용학문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문제 풀이 중심의 현재의 수학 교육은 많은 학생이 수학에 흥미 대신 두려움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다음 시대에 필요한 수학은 아이디어를 발견해 수식으로 표현하고 이를 알고리즘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수학적 창의성 및 기본기이다. 따라서 우리의 수학 교육은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궁극적 전략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고 그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을 때 지혜롭게 대응함으로써 변혁의 시대에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