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타스통신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시리아 등 중동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동 후 “러시아와 미국 정상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오는 7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만나자는 의사를 확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양국 정상회담 계획도 재차 발표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회동에서 ‘러시아 커넥션’ 관련 논의가 있을 수 있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이끌던 코미 국장을 해임한 지 하루 만에 러시아 정부 관계자와 만나면서도 이례적으로 회담장소에 미국 언론의 접근을 차단한데다 ‘러시아 커넥션’의 핵심 인물인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가 배석한 사실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재가 제한된 미 언론과 달리 러시아 언론은 회동 현장을 취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은 코미 국장의 해임이 이번 회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강한 어조로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일을 잘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코미 국장이 해임되기 하루 전까지 법무부와 의회에 ‘러시아 커넥션’ 수사인력을 추가로 배당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해 경질의 핵심 이유가 ‘수사 조기 종결’에 있다는 심증이 확증으로 굳어지고 있다.
코미 해임 직후에 양국 정부가 보인 미심쩍은 유화 제스처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으로 경색됐던 미러 관계가 다시 해빙 모드로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기조가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CNN방송은 “코미 국장의 해임으로 러시아는 둘도 없는 관계개선의 기회를 잡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 밀착은 곧 미국의 쇠퇴”라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FBI·중앙정보국(CIA) 등 안보·수사기관에 가하는 압박은 러시아의 미국 침투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2의 워터게이트’에 빗대지는 ‘러시아 커넥션’이 코미 해임이라는 분기점을 맞이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급락했다. 미 퀴니피액대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정부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6%에 그쳐 취임 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민주당 일부에서 탄핵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아일랜드 도박사이트 페디파워에서도 트럼프 탄핵에 베팅이 늘어 ‘트럼프 탄핵 가능성’은 60%로 8%포인트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