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과감하게 산업부 업무 조정해야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새 대통령의 중소기업에 대한 공약 중 가장 큰 것이 기존의 중소기업청을 장관급인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전 대선에도 중소기업청을 장관급인 부(部)로 승격시킨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가 여럿 있었지만 번번이 무위로 끝났다.

전 세계적인 창업과 스타트업의 부상을 볼 때, 중소벤처기업부 설치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제껏 부 승격이 이뤄지지 않았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시키는 것이 기존의 정부 조직체계와 안 어울린다는 것이다. 우리 행정부의 조직은 부(ministry)로 구성돼 있고 부는 기본적으로 기능(function)별로 구성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의 기능을, 국토교통부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의 기능을 담당하는 식이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벤처는 기능이 아니고 영역(area)이다. 중소기업이라는 영역에는 기업 활동과 관련이 있는 고용·국토·금융 등 여러 기능이 망라된다. 그래서 중소기업청은 여러 부처의 도움이 없이는 독자적으로 그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중소기업 행정의 한계이자 독립적인 기능을 가진 부로 승격되기가 어려웠던 근본적인 문제이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도 ‘ministry’라고 하지 않고 ‘Small Business Administration(SBA)’으로 칭하고 대통령 직속 장관급의 인사가 중소기업의 문제를 다른 부와 협치와 조정으로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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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청(廳)을 부(部)로 바꾼다고 해서 중소기업 정책의 질이나 효율이 자동으로 승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로 명칭을 바꾸고 장관을 자리에 앉히는 정도로는 신설 중소벤처기업부가 그 기능을 다할 수 없다. 중소기업은 영역이라는 사실과 기존 행정부의 체계를 감안해 신설 중소벤처기업부에는 조정 기능을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

둘째는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업무영역 조정이다. 이제껏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주역은 산업부이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의 출범은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 플레이어가 산업이 아니라 혁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벤처라는 신호다.

성장의 원천이 산업이 아니라 개별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 전반에는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산업부와 중소기업청의 업무중복 문제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각 산업계를 대변하는 수많은 협·단체가 있고 각종 인·허가와 인증이 그들 조직과 얽혀 있다.

이러한 산업생태계가 기업생태계로 바뀌려면 과감하고 혁신적인 산업부의 업무조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정부의 감투 하나 늘리는 전시행정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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