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갈지 의견이 분분하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1일 참모진과 오찬 자리에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지난번에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기간 연장이 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로 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이 검찰에서 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은 “법률 개정 전이라도 할 수 있는데 되도록 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 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하게 될 조국 민정수석 임명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적폐청산’을 핵심적으로 공약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검찰을 겨냥한 ‘재수사 지시’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 경우 권력기관의 수사 중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의 향후 과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 발언으로 곧장 국정농단 재수사로 연결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7개월간의 고강도 수사 끝에 국정농단 연루자들이 모두 기소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점에서 전면적인 재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새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본격화하고 국민의 지지가 뒤따를 경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는 의혹에 대한 ‘제한적 재수사’가 가능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 국정농단 수사는 일부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는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 등으로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모두 기각돼 결국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세월호 수사 외압’ 등 우 전 수석 일부 비리를 제대로 캐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검찰에 지시했거나 검찰과 교감한 내용, 논의한 사안 등이 사실상 ‘봉인’돼 버린 측면이 강하다는 것도 한계로 남았다. 수백억 원대라는 추산이 나도는 최씨의 국내외 재산 추적·환수 작업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 수석이 전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하며 “과거 정부에서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했다면 그런 게이트가 미연에 예방됐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검찰이 2014년 말 불거진 ‘정윤회 문건 파동’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 국정농단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조 수석 발언의 연장선에서 재수사가 현실화할 경우 당시 청와대 외압과 부실 수사 의혹의 불씨가 재점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와 향후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