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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영화계②] ‘바늘귀’ 예능 통과, ‘보안관’ 배정남의 홍보효과

영화 홍보사와 방송국의 속사정, 영화와 예능의 궁합이 따로 있다?






/사진=영화 ‘보안관’·‘임금님의 사건수첩’ 스틸, MBC ‘라디오스타’·‘tvN ’수요미식회‘ 방송 캡처/사진=영화 ‘보안관’·‘임금님의 사건수첩’ 스틸, MBC ‘라디오스타’·‘tvN ’수요미식회‘ 방송 캡처




개봉 전 영화 홍보사들은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같은 인기 예능 게스트 자리에 배우들을 앉히고자 애쓴다. 하지만 예능이라고 다 같은 예능이 아니다. 기왕 시청률과 화제성 좋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좋겠지만, 영화의 장르 혹은 배우의 이미지나 선호도에 따라 출연 예능이 판가름 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쯤 되면 홍보사와 방송국의 공생관계 과정이 궁금해진다. 보통의 과정은, 홍보사가 영화의 장르와 배우의 이미지, 배우의 출연 희망 정도를 파악한 후 가장 부합할 만한 프로그램에 1차적으로 출연 요청을 한다. 이 때 제작진에 영화의 장르와 대략적인 스토리를 전달하면서 특집 프로그램의 콘셉트까지 구상해 함께 제의하는 경우가 많다.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의 의사 전달을 위해서다. 프로그램 제작진이 출연 배우나 콘셉트에 구미가 당기면 홍보사와 접촉해 구체적인 특집 회의에 들어간다. 그렇게 양측에서 내놓은 의견을 조율해 최종 출연이 결정됨과 동시에 ‘프로그램 특집’ 한 편이 생겨나는 것이다.

/사진=tvN ‘수요미식회’  방송 캡처/사진=tvN ‘수요미식회’ 방송 캡처


최근 방송 중 가장 이색적이면서 적합한 사례로, 배우 안재홍의 ‘수요미식회’ 출연을 꼽을 수 있다. 5월 3일 개봉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홍보 차, 주연 배우 안재홍은 앞서 4월 19일 tvN ‘수요미식회’ 감자탕 편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당시 안재홍은 ‘수요미식회’ 애청자임을 밝히며 음식 예찬론과 ‘맛’에 대해 남다른 식견으로 푸근하고 친근한 매력을 전파했다. 영화 홍보를 넘어 진정한 애정이 느껴지는 ‘먹방’으로 ‘봉블리’의 매력이 한 층 돋보일 수 있었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홍보를 맡은 퍼스트룩의 강효미 이사는 “‘임금님의 사건수첩’ 영화 자체가 유쾌한 코미디 장르이다 보니 예능을 통해 배우의 유쾌한 면모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평소 눈 여겨 보았던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다가 안재홍이 ‘수요미식회’ 출연을 희망하더라. 안재홍이 평소 ‘수요미식회’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로 애청자라는 말을 듣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방송 중 구체적인 요구나 가이드까지는 없었고, 제작진에서는 최대한 배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과정을 전했다.

여기에 강효미 이사는 “‘예능’들이 가지는 특성 자체가 경쾌하고 유쾌하지 않느냐. 영화(임금님의 사건수첩)의 톤 앤 매너와 잘 맞았던 것 같다. 배우들도 한결 재미있고 인간적으로 비춰진 것 같다. 예능이 홍보수단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 속에서 배우가 어떤 걸 보여주느냐가 중요하겠다. 예능이 대중의 접촉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 보이는 것이 영화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영화와 방송의 색깔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가가 중요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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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공백을 깨고 최근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배정남도 ‘라스 효과’를 톡톡히 본 배우다. 지난 4월 26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흡인력 있는 언변을 뽐낸 배정남 덕에 영화 ‘보안관’과 배우 모두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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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의 홍보 담당 관계자는 “굳이 배정남을 예상하고 부각시킨 것은 아니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끼리 현장에서도 워낙 화기애애하고 사이가 좋았는데, 이들이 토크 예능에 나가서 이야기를 하면 좋은 분위기가 나올 것 같았다. 최근에는 토크 프로그램 수가 적은 상황이라 ‘라디오스타’에 수요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배우의 성향과 프로그램의 성격이 맞아야 출연이 가능하겠다. 영화의 장르에 따라서도 달라지겠다”고 밝혔다.

MBC ‘라디오스타’ 관계자는 “영화 홍보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통 영화 홍보사에서 먼저 연락이 온다. 많은 영화 측에서 제안이 오지만, 모두 다룰 수는 없다. 홍보성이 짙어지는 것을 염려해 출연진 배분에 신경 쓴다. 사실 화제를 모을 수 있는 배우가 출연하는 것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과 같다. ‘보안관’ 출연진의 경우(김혜은, 김성균, 조우진, 배정남) 저희에게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출연을 결정했다. 그들이 막상 출연해서는 영화 얘기를 주로 다루지 않았다. 서로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사진=JTBC ‘한끼줍쇼’ 방송 캡처/사진=JTBC ‘한끼줍쇼’ 방송 캡처


그렇다면 ‘임금님의 사건수첩’ 출연진의 또 다른 예능 출연의 경우는 어땠을까. 안재홍이 ‘수요미식회’에 출연했을 때, 이선균과 김희원은 JTBC ‘한끼줍쇼’를 선택했다. 4월 26일 방송에서 이선균과 김희원은 대학로를 거닐며 각자 배우 생활 초기의 추억을 꺼냈고, 녹록치 않았던 경험담에 가슴 뭉클함이 전해졌다. 배우들의 이면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끼줍쇼’의 방현영 PD는 “우리도 영화들의 개봉을 예의주시하긴 하지만 매번 홍보만 하기는 조심스럽다. 서로 콘텐츠가 맞아야 게스트를 섭외한다. 이선균과 김희원의 경우, 연극과 배우들의 삶을 전하는 과정에서 극단 출신의 배우로 게스트를 알아보다가 서로 잘 맞은 케이스다. 이선균과 김희원이 실제 자신들의 추억을 많이 이야기해 줬다”며 “초반에 영화 홍보팀과 콘셉트 정도의 상의는 하지만 섭외가 이뤄진 후에는 당일 현장에서 리얼로 촬영이 진행 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접하지 못했던 배우들의 출연으로 프로그램 측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방현영 PD는 “프로그램 시청률이 상승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원인을 모두 알 수 없지만 대체로 프로그램 평가는 좋아지는 것 같다. ‘한끼줍쇼’에서는 한 끼를 얻으러 다니는 과정을 그리며 일반 가정집과 길에서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면서 상황을 만든다. (김)희원 씨도 이번에 살아온 인생, 무명시절의 고생담이 저절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렇듯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배우까지 ‘1거 3득’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터라 배우의 예능 출연은 불가분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거부감이 없으면서 파급력도 확실하다. 이토록 매력적 홍보수단은 콘텐츠 확산으로까지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다만 영화와 방송 관계자들이 모두 인지하듯, 이 방법 또한 목적을 위한 목적으로만 변질되어선 안 된다. 설득력 있는 콘셉트로 알찬 재미를 준다면 시청자들이 관련 영화에 티켓 값을 지불할 가능성은 절로 커지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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