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일자리 추경도 좋지만...한달새 경기 진단 바꾼 정부의 씁쓸한 변심

세수 충분해 국채 발행않고 추경가능

5월 그린북 고용의 질적 개선 미흡 지적

경기전망은 4월 '회복세'->5월 '견고하지 않아'

정부가 올해 적자 국채를 안 찍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것은 보수적으로 잡은 세수 계획에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기본이 되는 세수 계획을 지난해 세수 실적보다 이례적으로 낮게 잡았다. 2016년 들어온 국세는 총 242조6,000억원이었다. 보통 정부는 경제가 팽창하는 속도(경상성장률) 등에 맞춰 이듬해 세수 계획을 4~5%씩 늘려 잡는데 올해는 242조3,000억원으로 오히려 적게 책정했다. 올해 세금이 지난해만큼만 들어와도 초과 세수가 발생하게 되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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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까지 세금도 잘 걷히고 있다. 3월까지의 국세수입은 6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조9,000억원 늘어났다. 4월 세수실적 등에 반영되는 법인세도 역대 최고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결산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53곳은 12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011년 연결재무제표 작성이 의무화된 후 최대를 기록했다. 저유가로 비용이 줄고 어두운 경기 전망에 투자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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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안인 10조원 규모 일자리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 정부는 한 달 만에 경기 진단을 뒤집었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대량 실업, 경기 침체 등 법적 요건(국가재정법)이 맞아야 하므로 고용이나 경기 상황이 안 좋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상황은 객관적인 사실인데 정권에 따라 정부 인식이 달라지는 모습이 씁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치인) 2.6%보다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며 “1·4분기 경기 지표만 봐서는 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분기 성장률이 0.9%(전년 대비)로 깜짝 반등한 데 따른 것이다. 기재부도 4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생산·투자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부진했던 소비도 반등하는 등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내게 맞는 일자리 있을까”  대전 대덕구청에서 열린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건물 외벽에 붙은 구인 기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내게 맞는 일자리 있을까” 대전 대덕구청에서 열린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건물 외벽에 붙은 구인 기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12일 발표한 5월 그린북에서는 “수출 증가세가 생산, 투자 회복으로 이어지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 등 내수는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부정적 색채를 담았다. 또 “수출 증가세 지속, 경제 심리 개선 등 긍정적 회복 신호가 증가하고 있지만 고용의 질적 개선이 미흡한 가운데 대외 통상 현안, 미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일자리를 강조한 문 대통령에 맞춰 그린북에 새롭게 ‘고용의 질적 개선이 미흡하다’고 명시하고 이번 정권에서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구조조정’은 5월 그린북에서 삭제한 점도 정권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추경을 문 대통령이 ‘일자리 추경’이라고 천명했지만 중앙정부가 일자리에 쓸 수 있는 예산은 10조원 중 약 6조원에 그칠 수 있어 ‘반쪽 추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초과 세수만으로 추경을 편성하면 관련 법(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더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세금(내국세 기준)의 총 39.5%를 지방에(지방교부금 19.24%,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0.27%) 내려보내야 한다. 중앙정부는 이 돈을 어떻게 쓸지 강제할 권한이 없어 지방이 일자리를 위해 쓰지 않아도 할 말이 없다. 이에 대해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 추경과 지방 사업 간 연계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지방에 내려보내는 교부금도 일자리를 위해 쓰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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