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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고소영 “‘완벽한 아내’ 속 고구마 심재복…마음고생 심했다”

배우 고소영의 긴 머리가 짧아졌다. 짧게 자른 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했더니 미소 지으며 “전부터 잘라보고 싶어서 드라마가 끝난 뒤 기회를 보다가 변신을 해 봤다”고 밝게 말했다. 왜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었느냐 물었더니 “기분전환”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속 심재복으로 10년 만에 배우로 돌아온 고소영은 연기가 주는 즐거움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누군가의 아내 혹은 두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오랜만에 ‘배우 고소영’으로 대중 앞에 선 그녀는 현장에서 에너지를 받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드라마의 후반부로 갈수록 답답해지는 심재복으로 인해 마음고생 아닌 마음고생을 한 것이다.




사진=킹엔터테인먼트사진=킹엔터테인먼트


“여자들에게 있어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의 개념도 있지 않느냐. 이번에 헤어스타일 변화에 그런 기분이 담긴 것 같다. 머리를 자르니 시원하다. 머리를 말리는 시간도 줄어들고.(웃음)”

고소영이 연기한 심재복은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남편 구정희(윤상현 분)을 뒷바라지 하느라 정신이 없고, 이후에는 일과 육아를 모두 해내느라 24시간이 모자라는 워킹맘이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이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사이 정나미(임세미 분)와 바람을 폈을 뿐 아니라, 그를 차지하기 위해 각종 음모를 꾸미는 이은희(조여정 분)와 대립을 펼치기도 했다. 초반 ‘복크러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원시원한 성격을 보여준 심재복이지만, 사건이 거듭될수록 답답한 행보를 이어나갔고,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인공이 고구마’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심재복이 답답 했던 건 비단 안방극장 뿐 아니었다. 심재복을 연기하는 고소영 역시 캐릭터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감정 소모가 존재했던 것이었다.

“원래 연기라는 것이 감정 노동이라고 하지만, 유독 극중 재복이의 감정 변화가 많았다. 만난 사람도 많았고. 재복이가 왜 그런 행동을 선택해야 했는지에 대한 명분, 당위성을 찾아야 하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4회까지 캐릭터를 잡으면 잘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중간에 캐릭터 변화가 많다보니 육체적으로 힘들다기 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었다.”

고소영은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느꼈던 솔직한 감정들을 꾸밈없이 솔직히 이야기 해나갔다. 솔직한 고소영에게 연기를 하면서 느꼈던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었느냐 물어보았더니 “감독님께도 제 감정을 솔직하게 전했었다”고 말했다.


“말을 해도 별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방송은 나가야 하고 작가님이 써주는 것을 받아서 하고, 무엇보다 저 혼자만 하는 작품이 아니기에, 제가 마음에 안 든다고 뒤집는다거나, 바꿀 수 없었아. 그리고 무엇보다 대본이 너무 늦게 나와서, 제 이야기만 계속 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뒤로 갈수록 재복이가 답답했다는 것은 저 뿐만 아니라 누구나 느끼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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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의 ‘힘들었다’ 속에는 극중 다사다난한 심재복에 몰입하다 보니 생기는 피곤함도 존재했다. 재복이가 힘들어 할 때마다 고소영의 마음 또한 동일하게 흘러갔던 것이다.

“재복이가 정신병원에 가고 감옥에 가니, 제 마음이 너무 서럽더라. 아무리 극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감정을 쏟아서 하는 거니 여자로서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실제로 정난이 언니랑 수영이와 연기를 하면 진짜 친구를 만나는 듯 편했고, 든든하고 좋았다.”

조여정이 연기하는 이은희에 대한 부러움은 없었을까. 고소영은 ‘이은희’라는 캐릭터에 대해 부럽다는 감정보다는, 이은희에게 있었던 ‘캐릭터에 대한 명백한 명분’이 심재복에게는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처음에는 심재복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이 다 비정상처럼 보였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이은희라는 캐릭터가 완성형이 됐고, 심재복이 제일 이상하게 느껴지더라. 재복이라는 캐릭터가 초반 보여주었던 모습을 끝까지 가져갔으면 좋았을 텐데, 캐릭터의 축이 흔들리면서 작품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 같다. 안타까웠다. 저는 시청률을 떠나서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것을 지키기 못했던 아쉬움이 컸다.”

뒤로 갈수록 ‘막장’처럼 돼 가는 드라마의 흐름에 대한 아쉬움도 존재했다.

“제가 컴백작으로 ‘완벽한 아내’를 선택한 이유는, 이 드라마가 소위 대박이 날 드라마라서가 아니라 작품 자체에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마니아도 많았고, 체감 시청률도 좋았는데 처음 의도했던 것이 변질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속상했다. 시청률이 저조해 자극적인 것을 찾은 건가 싶기도 했다. 초심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는데,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던 만큼 더욱 속상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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