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문재인 시대-문제는 정치다<2>] 핀테크 키운다며 '은산분리 원칙' 올가미...드론도 이중규제 발목

■기업 손발 묶고 뛰라는 정치권

후발주자 중국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 30%대 보유

반쪽짜리 '기업활력특별법'에

사업재편 승인 10개월간 32개뿐

文 '4차산업혁명위' 만든다지만

여소야대 상황 속 녹록지 않아



# 중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위뱅크’는 세계 최대 콘텐츠 기업인 중국의 ‘텐센트’가 최대주주(30%)다. 2015년 1월 초기자본금 5,000억원으로 출범했다. 출범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그해 12월, 싱가포르 국부펀드와 미국의 대표 사모펀드인 워버그핀커스는 위뱅크의 기업가치가 55조달러(6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설립 첫해 위뱅크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한다. 알리바바도 그해 6월 지분을 30% 소유한 ‘마이뱅크’를 설립했고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는 12월 ‘신왕은행(지분율 29.5%)’을 출범시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핀테크 선도 국가로 올라섰다.

중국의 성과는 규제를 풀어준 결과다. 중국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아예 규제를 풀어주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중반부터였다. 하지만 영업 시작은 중국보다 2년이나 늦은 올해 4월에서야 ‘케이뱅크’가 출범하고서 가능했다. 규제의 역효과였다. 비금융 주력자인 산업자본의 은행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산 분리 원칙’이 장애물이었다. 진통 끝에 지각 출범했지만 은산 분리 원칙은 여전히 인터넷전문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이 취득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율은 10%(의결권은 4%)에 불과해 추가 자본금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말 케이뱅크 자본금이 규제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규제에 막힌 4차 산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인 드론도 항공법과 전파법의 이중규제 탓에 국내에서는 사업 환경이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레이더 관련 규제, 빅데이터 산업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한 발자국도 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관련기사



기업의 손발을 묶어놓고 뛰라는 식의 법안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다. 조선·화학 등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에서 공급 과잉 문제가 불거진 2013년부터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법안은 2016년 7월에야 시행된다.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야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결국 법안은 수혜 대상을 공급 과잉 업종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반쪽짜리 입법이 됐고 시행 10개월이 지났지만 승인 기업은 고작 32개에 불과하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공급 과잉 업종이더라도 관련 생산시설을 사고파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반드시 새로운 사업을 해야만 그나마 조금의 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다”며 “효과적으로 선제적 사업 재편을 유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프리존법’도 대기업 특혜 논란에 정치권에서 발목은 잡은 법안이다. 이 법안은 27개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4개 도시에 규제를 대폭 완화한 규제프리존을 설치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구상을 담은 법안이다. 역시 신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냐며 야당이 반대했고 법안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민영화 논란도 기업의 손발을 묶는 정치권의 대표적 ‘몽니’ 중 하나다. 한전이 독점한 전력소비판매 시장에 대한 민간사업자의 진입 문턱을 낮춰달라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 무산이 좋은 예다. 이 법안은 대규모 발전소 중심의 중앙형 전력거래 체계를 발전원이 각 가정으로까지 쪼개지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시스템으로 바꾸는 데 핵심이 되는 법안이다.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소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법안이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서비스산업발전법안도 의료 민영화 논란 탓에 6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는다면 4차 산업혁명 대응은 공염불”이라며 “신임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격인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여소야대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