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재무건전성 빨간불 흥국생명, 계열사 흥국화재 지분정리

[파이낸셜포커스] 보험업계 'IFRS17' 쇼크 본격화 

금융당국, 기준서 공개 앞두고

재무건전성 기준 선제강화에

중소 보험사 RBC 비율 급락

정식 도입 전에 퇴출 가능성도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흥국생명이 지점 축소 등 인적 구조조정에 이어 자회사인 흥국화재 지분 정리까지 검토하는 지경에 왔다. 새 보험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으로 재무 건전성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한 중소 보험사들이 쇼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보험 업계는 ‘올 것이 왔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14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재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적정기준인 1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자회사(지분율 59.56%)인 흥국화재의 지분을 모그룹인 태광그룹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지분율을 15% 아래로 떨어뜨리면 RBC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규모 증자가 안 될 경우 차선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대주주 증자가 최선책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보유 부동산 매각은 물론 자회사인 흥국화재 지분을 계열사로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회사 지분 정리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할 정도로 재무 건전성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앞서 흥국생명은 IFRS17 도입에 따른 금융 당국의 감독회계 강화 계획에 따라 사전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자회사인 흥국화재를 회계상 지분 분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말 RBC 비율이 145.4%까지 떨어지자 지점·인력을 대대적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본지 5월13일 9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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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뿐만 아니라 RBC 비율이 125.7%로 업계 최하 수준인 KDB생명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KDB생명은 경영 악화 및 매각 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올해 임원급 40% 정도를 줄인 데 이어 일반 직원도 200명 이상 희망퇴직 방식으로 감원하기로 했다. KDB생명은 세 차례나 매각이 무산될 정도로 새 주인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추가 증자에 나서지 않으면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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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MG손보나 한화손보·롯데손보·신한생명·메트라이프 등 RBC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사들 역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벼랑 끝 상황에 몰렸다. 자체 자구노력은 기본이고 대주주 증자나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IFRS17이 정식 도입되는 2021년 이전에 조기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증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대부분 구조조정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며 “국내 보험 시장이 포화인 상황에서 자본확충에도 한계가 있어 재무 건전성이 나쁜 보험사들은 한마디로 초비상”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한꺼번에 채권 발행에 나설 경우 조달금리 상승 등의 후폭풍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이달 중 IFRS17 기준서 최종안을 확정, 공표한다. 금융 당국과 한국회계기준원 등은 이를 토대로 국내 보험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감독 기준 등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IFRS17 도입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이미 국내 보험사들은 벼랑 끝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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