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중반의 회사원이었던 A씨는 재작년부터 은퇴 이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허락된 직장 생활은 길어봐야 2~3년. 그러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접한 중소형 빌딩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당겼다. 중개업자의 도움으로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7층짜리 건물을 28억 3,000만원에 샀다. 은행에서 조달한 24억원 등을 제외한 그의 순수 투자금은 약 3억8,000만원. 현재 그가 거둬들이는 수익률은 순투자금 대비 연간 약 27%에 달한다.
중소형 빌딩(거래 금액 500억원 이하)으로 향하는 투자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저금리 및 경기불황 등의 상황에서 고정 임대수익을 원하는 유동 자금이 몰려든 탓이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의 진입 또한 늘어나면서 중소형 빌딩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조5,600억원 규모의 중소형 빌딩 시장=14일 중소형 빌딩 매매·정보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중소형 빌딩 매매는 총 238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192건)보다 24%(46건) 늘어났다. 이에 따른 거래규모는 1조5,600억원으로 조사된다.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래규모(1조 1,500억원)보다 35.7%(4,100억원) 증가한 것이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최근 중소형 빌딩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는 넘쳐나지만 이런 수요를 받쳐줄 만한 물건이 모자랄 정도”라면서 “시장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매수자가 나타나면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액대별로 분류해보면 50억원 이하의 소위 ‘꼬마빌딩’의 거래가 전체 거래건수의 61.3%(146건)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다만, 거래금액으로 봤을 때는 200억원 이상 빌딩이 거래건수는 8건에 불과했지만 3,700억원 규모가 거래돼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1·4분기의 가장 큰 특징은 거래금액이 큰 거래가 특히 늘어난 것”이라면서도 “이런 호황세가 올 한 해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누가 어디에 투자하나=중소형 빌딩 시장은 통상 개인 투자자가 비중이 법인보다 높다. 올 1·4분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1~3월 총 매수 거래 중 개인 투자자 매수가 182건으로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법인 거래는 56건으로 24%였다. 이 중 개인 투자자는 50억원 이하 빌딩에 투자하는 경우가 12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법인은 50억~100억원의 빌딩을 매입하는 경우가 20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다만, 주체와 관계없이 서울 강남구 매물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티코리아가 서울 지역(자치구 기준) 중 투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개인의 경우 강남구, 마포구, 송파구, 서초구, 용산구 등의 순을 이뤘다. 법인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마포구, 종로구가 차례로 순위를 차지했다.
◇임대수익용 투자가 압도적...시세차익 노린 투자자 역시 증가=올 1·4분기 중소형 빌딩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건물 매입 목적이 임대수익을 위한 투자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 기간 동안 이뤄진 거래(238건) 중 임대수익용은 137건으로 전체 중 58% 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투자형(72건)보다 2배 가량 많이 거래된 것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사옥형은 24건(10%) 거래됐고, 분양상가용은 5건(2%)이다.
문 선임연구원은 “강남권의 경우 임대수익률은 3% 초반대로 파악되는 등 수익률이 생각하던 것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다른 투자처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중소형 빌딩 시장은 구미를 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