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은 올해 대중화할까? 필자는 확신할 수 없다.
가상현실은 겉만 번드르르하다. 필자가 올해 라스베이거스 CES-세상에서 가장 넓고 평평하고 선명하고 빛나는 기술 경연장 모델이다-에서 수많은 최신 디지털 스크린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가 떠오른 생각이다. 필자는 온갖 기술이 소개되는 이 가전박람회에서 최신 VR을 체험해 보고 싶었다. VR은 지난 30년 동안 떠들썩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여전히 생소한 기술이다. 필자는 VR 헤드셋을 쓰고 벗을 때마다 손 소독제를 얼굴에 마구 바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럼에도 내부에서 접한 가상 현실의 세계는 놀라웠다. 필자는 제품 시연을 보다가 보디페인팅을 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곡예 트리오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들의 공연은 불과 5피트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작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 다음 눈 덮인 (가상) 육교 위의 밧줄로 만든 (실제) 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넜다. 7,000 달러 상당의 안마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은하수도 경험할 수 있었다(독자 여러분을 위해 필자가 이 모든 곤경을 견뎌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CES 박람회 무대 위에는 가상 현실 ‘체험’을 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마치 카니발 축제의 명소 같았다. 사람들은 메스껍도록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가상 보트를, 영화 ‘탑 건’처럼 흔들리며 뒤집히는 가상 비행기를, 그리고 비명이 절로 나오는 가상 우주 비행선을 타고 있었다.
고글을 벗을 때 표정만 봐도 필자는 누가 가상 현실을 처음 접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황홀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박람회의 회전 의자나 편안한 안마 기계가 없었다면, 가상 현실은 금세 지루해졌을 것이다. 800달러라고 적혀 있는 가격표(액세서리 제외)를 봤다 더욱 그랬을 것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의 헤드셋은 몇 분이 지나자 무겁게 느껴졌다. 사용할 때 집중하기 어려운 모델들도 있었다. 필자는 이 모든 것이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교하게 게임 설정을 해 놓지 않는 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심지어 자신의 손을 볼 수도 없다). 재미를 느끼려면-특히 360도 시야를 체험할 때-어색하게 이리저리 머리를 돌려야 했다
VR을 처음 접했을 때 느끼는 흥분은 점점 불편함과 무관심으로 바뀌어 간다. 이는 하나의 사업으로써 이 기술이 겪고 있는 여정을 감정에 비유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 Oculus Rift와 HTC의 바이브 Vive는 수 년 간 엄청난 화제를 모았지만, 지난해가 돼서야 상용화되었다. 게다가 그 이후에도 배송 지연과 주문 취소가 잇따랐다. M&A 자문 기업 디지 캐피털 Digi-Capital에 따르면, VR 헤드셋과 소프트웨어의 작년 매출은 예상보다 29% 적은 27억 달러에 머물렀다. 그에 따라 디지 캐피털은 2021년까지 매출 전망치를 250억 달러로 대폭 축소하기도 했다. 반면, VR보다 좀 더 사교적인 사촌격 증강 현실(포켓몬 고가한 예이다)의 매출은 무려 830억 달러로 전망했다.
VR을 둘러싼 과장된 현실을 보면 3D 프린터가 막 등장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땐 모든 가정에 3D 프린터가 놓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가정이 그 프린터를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3D 프린터는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에게 비싸고 신기한 물건으로 남아 있다. 가격과 재미 측면에서 VR의 가치도 3D 프린터와 비슷하다. 현재 VR은 라스베이거스-누구나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어 안달하는 곳이다-에서 열리는 혼잡하고, 소란스러운 컨벤션 센터에서 체험하기 안성맞춤이다. 일단 소독제 퓨렐 Purell은 꼭 챙겨 가시길.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RIN GRIFF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