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디트로이트를 추월했다.’
지난달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자동차업체로 등극한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렇게 표현했다. 시총 기준으로 지난달 10일(현지시간) 테슬라(515억달러, 약 59조원)는 제너럴모터스(GM·502억달러)를 제치고 자동차업종의 대장주가 됐다. 그 바탕에는 일론 머스크의 꿈과 도전정신에 대한 시장의 믿음과 지지가 깔려 있다.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X가 재활용 로켓을 이용해 민간 우주관광 시대를 열겠다는 공언이나 하이퍼루프원으로 미국 전역에 11개의 노선을 구축한다는 계획이 언젠가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선거는 주식 시장과 비슷한 점이 많다. 눈에 보이는 실적도 중요하지만 미래 잠재 가치와 최고경영자(CEO)의 비전을 믿고 투자하는 방식은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와 매우 유사하다. 이번에 역사적인 대선 과정을 지켜보며 기자의 머릿속에 테슬라의 기적이 떠오른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기적 속에서 민주적·평화적 절차로 탄생했다. 지난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보수 3당의 합당으로 ‘절반의 승리’에 그쳤다면 촛불 혁명은 대통령을 탄핵했을 뿐 아니라 보수정당에서 권력을 빼앗았으며 민주개혁정당이 새 정부의 주체가 됐다. 혹자는 이를 두고 절반의 성공인 ‘1987년 체제’와 차별화된 ‘2017년 체제’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취임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국가를 믿을 수 없다며 외면하던 시민들은 국가를 다시 가슴속에 품었으며 우리의 아들딸이 살아갈 세상은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 방정식은 ‘박근혜의 실패’가 아니라 ‘노무현의 실패’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를 평가하며 “통치자는 그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사용된 방법이 어떠하냐는 것보다 그의 행위의 최종적 결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민주진보 진영에 필요한 철학자는 니콜로 마키아벨리”라고 지적했다.
정치도 비즈니스다. 시장의 선택을 받아 자동차업종 시총 1위에 오른 테슬라처럼 문재인 정부도 경쟁자와 차별화된 정책과 국민의 가슴을 뛰게 할 비전을 제시했기에 역사적 선택을 받았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권력 투쟁으로서 정치가 갖고 있는 비루함과 야수성을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마키아벨리식 정치 능력’이 요구된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놓친 부분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며 무리수를 두기보다 개혁의 시기와 방법을 전략적으로 조율해 궁극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제갈공명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5년 뒤쯤 WSJ의 문구를 빌려 ‘문재인이 노무현을 넘어섰다’고 촛불 혁명의 완전한 승리를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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