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이에 맞물린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해임 파문이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흘러가며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의 재임 기간이던 지난 2월 백악관에서 그를 만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라고 직접 압력을 넣었다는 증언이 16일(현지시간) 코미 전 국장 측에게서 나오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분위기다.
코미 전 국장 측 인사들은 ‘반(反)트럼프’ 언론의 선봉인 뉴욕타임스(NYT)에 코미 전 국장의 ‘메모’에 이런 내용이 기록돼 있다는 주장을 흘렸다. NYT의 첫 보도가 나온 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른바 ‘코미 메모’가 2쪽 분량으로 두 사람의 상세한 대화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코미 전 국장은 대통령과의 대화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해 상세한 기록을 남기기로 결정했다고 WP는 설명했다.
물론 이 메모가 사실이라고 해도 이는 코미 전 국장이 작성한 것이므로 코미의 주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미 사회의 신뢰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에서 관련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악관이 긴급 성명을 내고 반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워싱턴 정가는 이번 메모 공개 건을 두고 ‘코미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최근 해임 직후 대통령이 고유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과의 대화 녹취 테이프가 있다며 사실상의 협박을 하자 대응 방식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수사하는 당국 최고 책임자를 불러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 원수로서의 도덕적 권위와 대국민 신뢰를 사실상 송두리째 상실할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 측에 이슬람국가(IS)와 관련된 기밀 정보를 흘렀다는 파문까지 확대되며 대통령을 정면 겨냥하고 있어 관련 스캔들은 마치 불에 기름을 퍼부은 듯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공화당 일부 의원들까지 대통령에 등을 돌리면서 200년이 넘는 미국 대통령제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의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만은 없는 분위기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여론은 상당하다. 이날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운 48%에 달했다. 반대 응답은 41%였고 11%는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