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때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 미처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교사를 ‘순직공무원’보다 더 예우 수준이 높은 ‘순직군경’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창원지법 행정단독 정성완 부장판사는 세월호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유모(당시 28세·여)씨 아버지가 경남서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수원지법, 인천지법 등도 세월호 참사 때 학생들을 구한 후 숨진 단원교 교사 유족들이 지역별 보훈지청장들을 상대로 낸 같은 소송에서 “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들 손을 들어줬다.
경남 진주시가 고향인 유 씨는 경기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원으로 사고 당시 단원고 2학년 담임이었다.
그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할 때 선실 3층과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을 안정시키고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하도록 도왔다.
자신은 미처 배에서 탈출하지 못해 그해 6월 8일 세월호 3층 식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씨는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안전행정부 산하 순직보상심사위원회는 유 씨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것으로 판단, 공무원연금법상 순직공무원으로 인정하고 유족에게는 순직유족연금 지급을 결정했다.
반면 경남서부보훈지청은 유 씨를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으로는 볼 수 없다며 유 씨 아버지가 신청한 순직군경 유족 등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씨 아버지는 경남서부보훈지청 판단에 불복해 2016년 8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순직군경으로 인정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고 유족들은 별도 보상금을 받는 등 순직공무원보다 더 높은 예우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소송 쟁점은 국가유공자법상 군인, 경찰·소방공무원 등이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국민의 생명 보호와 관련한 직접적인 직무수행 중 숨졌을 때 주로 인정하는 ‘순직군경’에 일반 공무원이 해당하느냐였다.
재판부는 일반 공무원이 군인, 경찰·소방공무원의 직무수행에 준하는 내용과 위험성이 있는 일을 하다 숨졌다면 군인, 경찰·소방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국가유공자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 교사가 교사 신분이었지만 경찰공무원 직무인 해난구조 또는 인명구조를 하다 숨졌기 때문에 순직군경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부장판사는 “유 교사는 학생들 인솔교사로서 경찰공무원 등의 구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옆으로 기울어져 바닷물이 차오르는 세월호를 떠나지 않은 채 학생 구조 활동을 계속했다”며 “당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유 교사는 경찰 공무원의 해난구조 또는 인명구조에 준하는 직무수행을 한 것으로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