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 고위공무원에게 유출한 기밀의 출처가 이스라엘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러시아 커넥션’의 파장이 미국의 중동외교로까지 번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앞서 터져 나온 악재가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과 동맹국과의 안보 공조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미국 전현직 공무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회동 때 유출한 IS 관련 기밀정보는 이스라엘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이 정보가 미국의 기내 노트북 반입 금지를 검토할 만큼 중요한 정보였으며 이스라엘도 해당 정보를 주의 깊게 관리해줄 것을 미국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론 더머 주미 이스라엘대사는 사실 확인을 거부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력한 대테러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이스라엘의 외교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대니얼 샤피로 전 주이스라엘 미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이스라엘 정부로서는 (외교 마찰을 막기 위해) 정보 유출에 대한 피해를 축소해 표현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데다 정보수집 능력도 뛰어나 IS 격퇴 등 중동 안보 공조를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할 국가로 꼽힌다며 양국 외교관계가 경색된다면 테러 대응 등 중동 정책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스라엘이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면 미국이 주축이 된 대테러 공조가 깨지면서 중동 각국의 군비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이에 더해 만약 러시아가 IS 격퇴를 위해 공조하고 있는 이란에 해당 기밀을 넘겼다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마찰이 불거지는 등 ‘러시아 커넥션’이 중동국가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도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중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번 파장이 중동을 넘어 유럽 동맹국에까지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맥 턴베리 의원은 미국이 동맹국에서 넘겨받은 민감한 정보가 공개됐다면 다른 나라도 미국에 대한 정보 제공을 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