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코미 전 국장이 작성한 메모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14일 백악관에서 당시 국장이던 코미와 만나 “플린은 좋은 사람”이라며 “수사를 끝내고 (그를) 놓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은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 속에 해임된 다음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 코미 전 국장은 당시의 대화 내용을 담은 2쪽 분량의 메모를 작성했으며 이를 FBI 내 일부 측근들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메모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하며 “대통령이 플린을 훌륭한 인물이라고 반복적으로 표현했지만 어떠한 수사도 끝내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 의회와 법조계는 보도가 사실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진행 중인 수사를 막아서는 ‘사법방해죄’에 해당해 탄핵안 발의의 법적 요건을 구성한다고 일제히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사태를 수습해야 할 백악관은 고위관계자들끼리 불신이 쌓이면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양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날 러시아에 기밀정보를 유출한 데 대해 “대통령은 정보를 공유할 권리가 있고 정보 출처와 획득 방식은 몰랐다”고 해명하며 “내부 기밀이 유출된 사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내에서 정권에 불리한 정보가 새나가고 있는 데 대해 경고를 한 것이다. 하지만 맥매스터 보좌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극비정보의 출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적국에 넘겼다는 논란까지 일으키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러시아 기밀유출 의혹이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에 이어 공화당 의원들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외무장관 간 대화록을 의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백악관 압박에 가세했다.
코미 전 국장의 전격 해임에서 불붙은 논란이 러시아 기밀유출 의혹과 FBI 수사중단 요구로 파장이 커져 트럼프 탄핵론은 갈수록 힘을 받는 분위기다. 의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하원 과반과 상원 3분의2의 찬성을 얻어야 해 공화당이 상하원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전에는 탄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탄핵 지지 여론은 확산일로다. 여론조사 기관인 퍼블릭폴리시폴링은 이날 트럼프 탄핵을 지지하는 응답이 48%에 달한 반면 ‘반대’는 41%에 그쳤으며 11%는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