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10년 간 개그만 팠는데”…웃찾사의 애환

웃찾사 종영…후속 시즌 계획 불투명

"평범한 취준생 회사 구경이라도 하지만…"

"계약기간 묶여 다른 방송사도 못가"

갈 곳 잃은 개그맨 150여명 허탈

네티즌들, 댓글·응원 메시지로 안타까움 전해

웃찾사 개그 코너 ‘흔한남매’의 한 장면./사진=유튜브 방송 캡쳐웃찾사 개그 코너 ‘흔한남매’의 한 장면./사진=유튜브 방송 캡쳐




웃찾사 개그 코너 ‘뿌리 없는 나무’의 한 장면./사진=유튜브 방송 캡쳐웃찾사 개그 코너 ‘뿌리 없는 나무’의 한 장면./사진=유튜브 방송 캡쳐


“10년 이상 개그에만 올인 했는데…”

장난스러운 표정과 말투. 톡톡 튀는 의상. 현란한 몸놀림.


언제나 익숙하고 환한 모습으로 대중들에 다가오는 개그맨들은 그냥 ‘웃기는 사람’으로 비쳐 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단지 ‘남들을 웃기는 재능’이 있는 것일 뿐,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과 다를 게 없다. 집에서는 가족을 책임지는 아버지, 엄마가 웃어주는 게 제일 좋은 딸, 유명해져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막 입사한 신입사원들일 뿐이다.

그런 평범한 개그맨 150여 명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바로 SBS ‘웃찾사’ 소속 공채 개그맨들의 얘기다.

SBS는 최근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찾사를 종영하기로 결정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새로운 포맷의 코미디 프로그램 기획’이지만, 후속 시즌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웃찾사는 언제 다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혜화동에 위치한 웃찾사 소극장도 함께 문을 닫는다.


꿈에 부푼 신입도, 이제는 베테랑이 된 선배들도 더 이상 설 무대가 없어진 셈이다. 평범한 취준생(취업 준비생)들은 구인 사이트에서 지원하고 싶은 회사를 구경이라도 할 수 있지만, 개그맨들에겐 사실상 지상파 공채가 아니면 소극장의 세평 남짓한 무대 뿐이다. 그마저도 오르기 힘들다. 오른다고 해도 하루 세 끼 챙겨 먹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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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찾사의 한 개그맨은 “방송국 측에서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며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일했던 개그맨들에게 기약 없는 다음 시즌은 희망고문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 개그맨은 “이제 막 공채로 들어온 신입은 계약기간에 묶여 다른 방송사를 넘어갈 수도 없다”며 “가족이 있는 가장들은 당장 생활비를 어디서 벌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

웃찾사는 한때 KBS2의 대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양세형, 홍윤화, 졸탄(이재형, 정진욱, 한현민) 등 유수의 유명 개그맨들이 웃찾사가 배출한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하지만 웃찾사는 그간 평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웃찾사에서 ‘개그투나잇’으로, 또 ‘웃찾사 시즌2’까지 종영과 재탄생을 반복했다. 편성 시간대도 2003년 첫 방송을 시작해 지금까지 16번이 바뀌었다. 일요일 오전 10시, 금요일 밤 11시, 일요일 밤 8시, 금요일 밤 11시, 수요일 밤 11시. 대부분 웃찾사의 가장 큰 시청자들인 학생들이 보기에는 힘든 시간대였다.

또 다른 한 개그맨은 “괜찮은 시간대에서 노력해 시청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드라마에 밀려 다른 시간대로 넘어가기 일수였다”며 “(개콘을 이겨 보겠다는)희망을 가졌다가 다시 사기가 꺾이기를 수없이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언젠가 살아날 수 있다는 그간의 희망, 그러면서도 이리저리 치이면서 깊이 뿌리내리지 못했던 상황들이 오늘의 허탈감을 더했다고 그는 한탄했다.

지금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찾사 방영 시간을 알지 못 한다. 한때 고정 시청자였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며 웃찾사의 시청률은 2%대로 떨어졌다. 한때 ‘미친소’, ‘화상고’, ‘행님아’ 등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기백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같은 소식에 네티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맛집도 16번 이사 다니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 한 쪽(개콘)은 900회 특집인데 한 쪽은 폐지한다니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네티즌는 “억지 웃음 대신, 자연스러운 웃음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코미디를 시도해보면 좋겠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권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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