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 업계에서 뷰티 관련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1세대 뷰티 스타트업인 시드페이퍼는 각종 매거진, 동영상 뷰티 콘텐츠를 제작·공급하는 플랫폼 ‘셀프뷰티’를 서비스하며 소비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차별화된 양질의 콘텐츠를 앞세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시드페이퍼의 조영진 대표를 만나 비즈니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4월 중순,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 있는 시드페이퍼 본사를 방문했다. 사무실 내부로 들어서자 외부에서 느끼지 못했던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열기의 근원지는 쉴새 없이 돌아가는 직원들의 PC에서 나오는 열풍인 듯 싶었다. 쉴 새 없는 전화통화와 키보드 소리, 분주한 사무실 분위기 만으로도 대충 이 회사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최근 뷰티 에디터들과 외부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은 핫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일종의 커머스 사업을 시작했어요. 새로운 도전이다 보니 직원들 모두 정신이 없나 봅니다(웃음).”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조영진 대표는 기사에 실릴 사진 촬영에 열중하고 있었다. 촬영 종료를 기다리며 서있던 기자의 눈에 사무실 앞쪽에 마련된 3단 서재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유명 TV 맛집 프로그램이 소개한 식당을 모아 놓은 책부터 각종 콘텐츠 관련 서적까지 다양한 책들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대다수 기업은 사무실 입구에 자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각종 제품, 서비스를 선보이곤 한다. 그런데 왜 이 회사는 서적을 모아 두었을까? 조영진 대표에게 이유를 물었다. “사실 저희 회사는 콘텐츠 서적 제작· 출판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시드포스트 크리에이티브’가 저희 사명이었죠. 물론 지금도 시드포스트는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요 대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기업들의 웹 기반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왔죠.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책을 기획해왔고요. 저희가 지금의 뷰티 콘텐츠 기반 플랫폼을 서비스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금까지 축적한 콘텐츠 출판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시드포스트가 콘텐츠 제작을 전담했다면 시드페이퍼는 오롯이 출판 업무만을 진행해왔다. 2008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130여 권 이상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트렌드, 패션, 디자인, 리빙 같은 다양한 분야의 단행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건 사업 이외의 덤이었다.
조영진 대표가 본격적으로 뷰티 콘텐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출판 업무를 하며 다양한 콘텐츠에 관심을 가졌던 조 대표의 눈에 유독 들어오는 분야가 있었다. 그게 바로 ‘뷰티’였다.
시드페이퍼의 지향점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실용적인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이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뷰티는 국내 여성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분야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도 한류 열풍을 타고 이른바 ‘K-뷰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연스레 관련 정보를 찾으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뷰티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가 제작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자칭 뷰티 전문 블로거가 난무했지만, 제품 홍보나 단순 사용기가 거의 전부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알짜배기 정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조영진 대표는 지난 201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뷰티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는 콘텐츠 이름을 ‘셀프뷰티(Self Beauty)’로 지었다. 시드페이퍼의 콘텐츠만 활용하면, 소비자 스스로 뷰티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얻게 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사업 초창기 조영진 대표는 우선 셀프뷰티 콘텐츠를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기로 마음 먹었다. 스마트폰이 이미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해 있었지만, 당시만해도 뷰티 분야에선 모바일 플랫폼에 특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온라인에서 제작된 뷰티 관련 콘텐츠는 모바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반론의 근거였다. 블로그, 커뮤니티 같은 대부분의 형태가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콘텐츠를 차별화하는 것도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조영진 대표는 이 같은 걱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예컨대 온라인에서 A라는 화장품과 연관된 콘텐츠를 접했다고 가정해보죠. A 제품에 대한 설명과 후기를 꼼꼼히 살핀 소비자는 각종 쇼핑몰로 접속해 이 제품을 구매합니다. 물론 콘텐츠 내부에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통로가 마련돼 있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당시 모바일에는 제품 분석과 구매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습니다. 작은 화면에서 일일이 제품을 따로 검색해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방식이 전부였어요. 저는 모바일의 특성을 살려 제품 분석과 구매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뷰티 콘텐츠를 선보이면 분명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모바일에서 길을 찾은 조 대표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주목했다. 가장 많은 모바일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통로라고 확신했다. 더구나 당시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신저 기능을 넘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상황이었다. 카카오톡의 이러한 변신은 모바일 생태계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조 대표는 망설임 없이 카카오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톡 내 기업 마케팅 채널인 ‘플러스 친구’에 입점을 했다. 카카오페이지에 각종 매거진 형태의 셀프뷰티 콘텐츠를 선보였고, 플러스 친구를 맺은 사용자들에겐 콘텐츠 외에도 관련 뷰티 정보를 꾸준히 전송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약 100만 명이 카카오페이지에서 셀프뷰티 콘텐츠를 접했다. 셀프뷰티 플러스 친구도 약 30만 명 수준까지 늘릴 수 있었다.
현재 이들 채널을 통해 공급되는 셀프뷰티 콘텐츠는 양과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셀프뷰티 콘텐츠의 장점은 다양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셀프뷰티는 뷰티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각 시즌별, 트렌드 별로 뷰티 아이템을 분석·소개해주고 있다.
시드페이퍼는 셀프뷰티 콘텐츠를 제작하는 자체 에디터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만 1만 개의 뷰티 브랜드가 운영되고도 있어 파생되는 상품 수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황이다. 이를 내부 인력이 모두 다루는 건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시드페이퍼는 뷰티 콘텐츠를 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른바 ‘뷰티크리에이터’들과 공동으로 콘텐츠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 뷰티크리에이터는 소위 멀티채널네트워크(MCN)를 통해 뷰티 관련 콘텐츠를 공급해 수많은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사람들로, ‘뷰티’라는 콘텐츠를 가장 효과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들이다.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능력이 그 어느 누구보다 우수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전문성을 가진 내부 인력과 뷰티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 덕분에 셀프뷰티의 콘텐츠는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독보적인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상품 판매, 라이브 동영상 등 색다른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해 지금까지 1,000개 이상 누적 콘텐츠를 축적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셀프뷰티의 수익 모델은 어떨까? 모바일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눈여겨 본 국내 유명 브랜드의 협업 제안이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뷰티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셀프뷰티는 이 같은 확고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턴 손익분기점을 넘어 의미 있는 매출과 영업이익도 내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뷰티 관련 모바일 시장은 선발·후발 주자 가릴 것 없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초창기 시장 멤버인 셀프뷰티도 이 같은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셀프뷰티는 어떤 강점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는 것일까? 조영진 대표는 ‘플랫폼’, ‘명확한 포지셔닝’ 그리고 ‘플랫폼의 다양성’을 꼽았다.
“첫 번째는 저희가 카카오톡과 가장 오래된 뷰티 파트너라는 점입니다. 저희는 지난 3년 동안 카카오톡에서 30만 명의 플러스 친구와 소통해 왔습니다. 그만큼 셀프뷰티 콘텐츠가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죠. 그리고 두 번째는 셀프뷰티와 포지셔닝이 명확히 겹치는 경쟁사가 없다는 점을 꼽고 싶어요. 다른 경쟁사들은 ‘판매’에 집중을 합니다. 상품을 소개하는 커뮤니티 기능을 기반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기능을 중심에 두고 있죠. 그러나 저희는 지금껏 전략적으로 ‘콘텐츠’ 부분에만 집중하며 진정성 있는 사업을 이어왔다고 자부합니다. 콘텐츠만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저희가 유일하다는 얘기죠. 저는 커머스로 볼륨을 키우던 회사가 콘텐츠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건 힘들지만 그 반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커머스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지만 큰 걱정은 없습니다. 콘텐츠의 힘을 믿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셀프뷰티 콘텐츠가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며 “형태와 상관없이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확장성 역시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셀프뷰티는 색다른 시도도 하고 있다. 바로 ‘라이브 동영상’과 ‘셀뷰박스 서비스’다. 라이브 동영상은 셀프뷰티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다. 뷰티 방송을 꾸준히 진행해온 뷰티크리에이터들을 앞세워 카카오 TV로 매주 1회 라이브 방송을 송출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현재 회 당 시청자는 약 1만 명 수준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방송 중 소개되는 제품을 실시간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셀뷰박스는 ‘셀프뷰티 박스’의 줄임말이다. 일종의 커머스 사업인데, 셀프뷰티를 통해 소개된 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브랜드 제품 8개를 1만 9,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매번 매진이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조 대표와 시드페이퍼는 셀뷰박스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상반기 중 본격적인 커머스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조영진 대표는 올해가 ‘셀프뷰티 성장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중심에는 글로벌 시장이 있다. 현재 셀프뷰티는 K뷰티에 관심이 많은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이기 때문에 해외시장 확장성이 충분하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조영진 대표는 “모든 전략의 우선 가치는 결국 콘텐츠 전문 플랫폼으로서의 진화와 확장에 있다”며 “종합 뷰티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셀프뷰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