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법인세 인상과 상법 개정 등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들만큼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반기업정서가 확산되는 데 대한 우려도 컸다. 법인세 등의 이슈는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반면 한 번 불붙은 반기업정서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 50곳 중 절반에 육박하는 23곳(46%)이 앞으로 우려되는 국내 경영환경으로 반기업정서 확산을 꼽았다. 이어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포퓰리즘 정책 남발이 28.0%였고 기업 사정국면 확대(12.0%), 경제민주화 재시동(8.0%), 정부와 지자체의 무리한 투자 요구(6.0%) 등의 순으로 답했다.
재계에서 반기업정서 확산을 우려하는 이유는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취임 일성으로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조사국을 12년 만에 부활시켜 경제검찰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재벌 저격수’로 유명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첫 공정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공정위의 대기업 때리기 강도가 한층 커질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B2C 기업의 경우 기업 이미지 악화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며 “정부가 일부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와 부당한 내부거래, 비리 문제를 척결하는 것은 좋지만 이 과정에서 특정 기업의 일탈행위가 재계 전반의 부정적 인식으로 퍼지지 않도록 유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외변수 중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첫 번째로 꼽고 정부의 대응을 요구했다. 설문 참여 기업의 32.2%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가장 걱정된다고 답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13.8%)에 대한 우려보다 훨씬 컸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글로벌 현안 역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대응(39.4%)이 첫 번째로 꼽혔고 중국 사드 보복 해소(30.9%), 수출 판로 개척(11.7%), 북핵 갈등 해소(11.7%), 외국인 투자 유치(4.3%) 순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는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창하는 미국 제일주의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은 “중국의 경우 일부 기업들이 영향을 받고 있고 신정부 출범 이후 개선될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여부는 대부분의 기업이 연관돼 있다”며 “실제로 미국이 최근 철강 등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매기는 것을 보면서 다른 업종으로도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