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 그는 휠체어를 탄 채 17일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해 첫 일성으로 임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먼저 전했다. 이 회장은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글로벌사업도 부진했다”며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특별사면 이후 건강 회복에 집중해온 이 회장은 이날 여전히 휠체어와 부축에 의지하기는 했으나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할 정도로 건강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경영본능은 식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20 그레이트 CJ’를 뛰어넘는 ‘2030 월드 베스트 CJ’ 비전을 제시하며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사실 이 회장이 없는 4년간 CJ그룹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 제시한 ‘그레이트 CJ’ 목표를 향한 성과는 만족스럽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난해 그룹 매출은 31조원이었고 해외 매출비중은 30%에 못 미쳤다. 각종 인수전에서도 연이어 쓴잔을 들이켰다. 경쟁자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려면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중요 의사결정을 내릴 주체가 없었던 탓으로 해석된다.
CJ그룹이 그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중도 포기하거나 탈락한 기업만 코웨이·대우로지스틱스·티몬·동부익스프레스·동부팜한농·맥도날드·동양매직 등 굵직굵직하다.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000120)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 회장이 있었다면 일부는 인수에 성공했을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회장이 경영무대에 복귀한 만큼 인수합병(M&A) 등 공격적 투자에 다시 고삐를 당길 태세다. 이 회장은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5조원을 비롯해 오는 2020년까지 무려 36조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올해 투자 규모만 해도 전년 대비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2020년까지 연평균으로 계산한 투자규모만 약 10조원가량이다.
초점은 자연히 이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 있기 전 강조했던 해외투자로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를 무대로 대규모 시설투자와 M&A하는 모습을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M&A 선두에는 그룹의 주력인 물류·바이오·문화콘텐츠 사업이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CJ대한통운은 2013년 중국 물류업체 스마트카고의 인수를 시작으로 올해만 인도 다슬로지스틱스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이브라콤을 각각 인수하며 활동 무대를 아시아 전역으로 넓혔다. 앞으로는 미국과 유럽 물류업체의 인수 시도가 점쳐진다. CJ제일제당(097950) 역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과 러시아 등 글로벌 생산기지의 전면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또 이날 CJ그룹은 경영철학을 공개하며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사업보국’을 강조했다. CJ그룹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와 행동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온리 원(Only One) 제품과 서비스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해 국가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을 최상위 가치인 ‘미션’으로 삼았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경영복귀를 선언했지만 완전한 복귀까지의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은 사실이지만 매일 출근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회사 안팎의 전언이다. CJ 지주회사 및 CJ제일제당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 재선임 역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한 결정이 필요한 만큼 차차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94년 CJ제일제당의 등기이사로 등재된 이래 책임경영 차원에서 22년간 7개의 그룹 주력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아 왔으나 비자금 이슈가 불거지자 2014년 이후 모두 사임했다. /수원=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