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로터리] 농업인이 바라는 나라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드물게 먼지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볼 때면 ‘예전 우리 하늘은 늘 이랬었는데…’라는 상념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낯설지 않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면 기상캐스터가 외출자제를 권하는 일상에 익숙해진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산한 우리나라 미세먼지 피해규모가 연간 10조원에 이른다는 뉴스를 보며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의 가치와 농업·농촌의 소중함을 다시금 곱씹게 된다.

이 땅의 농업인들은 국민의 먹거리 생산을 천직으로 여겨왔다. 지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 이후부터는 생산 효율화와 유통구조 혁신으로 수입농산물에 맞서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또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환경을 지키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며 농업·농촌과 그 가치를 지켜왔다. 오늘날 도시민들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농업·농촌의 가치는 농업인들의 애절한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농업·농촌과 농업인의 희생은 적지 않았다. 도시가구 소득 대비 농가소득 비율은 수입개방이 시작된 1995년 95.7%에서 2016년에는 63.5%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농가인구는 250만명선이 무너져 1995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청년농업인이 사라져 1995년 16.2%이던 65세 이상 고령농 비율은 40.3%까지 대폭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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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새 정부의 출범으로 농업인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이제는 그간의 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농업·농촌의 가치에 대한 배려를 더해 농촌 지역 활력화를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필요한 것이 농업예산의 확충이다. 2010년 이후 국가 전체예산은 연평균 4.6%씩 증가했다. 반면 농업예산은 오히려 0.2%씩 감소해왔다. 직불제를 농가소득 지지의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 농가소득 중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스위스 70.3%, 일본 11.1%, 유럽연합(EU) 10.2%에 비해 우리는 3.9% 수준에 불과하다. 살맛 나고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특히 강화해야 한다. 이에 농협은 농촌 지역에서 유통·금융사업과 함께 다양한 문화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민관도 유기적인 연계로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둬 농업인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행복하게 사는 농업·농촌을 그려본다. 이것은 비단 300만 농업인이 바라는 나라일 뿐만 아니라 ‘5,000만 국민이 희망하는 나라’일 것이다. 10만 임직원과 함께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을 만들어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본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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