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굿 슬립’ 음료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국민들의 ‘평균 수면시간’을 조사한 자료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9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회원국 평균인 8시간22분보다 30분 이상 짧았다.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잠 못 드는’ 한국인이 많다는 얘기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잠이 부족한 국민이라니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스트레스 등 이런저런 이유로 아예 잠을 못 자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부쩍 늘고 있다. 불면증 증세를 보이는 성인이 전체 성인 인구의 12%(4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심각한 불면증을 견디다 못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역시 급증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1년 32만5,000명에서 2015년에는 45만6,000명으로 늘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주로 고령·장년층의 고민이던 불면증이 20·30대 젊은 층까지 괴롭히고 있다는 점이다. 취업난 스트레스에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지 싶다. 불면증이 세대를 불문하고 현대인의 고질병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렇게 잠 못 이루는 한국인들이 늘면서 ‘꿀잠’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몇해 전부터 국내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베개·향초·음향기기 등 수면용품 시장의 규모는 벌써 2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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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음료 시장에도 숙면 바람이 불고 있다. 마시면 몸이 이완되고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이른바 ‘굿 슬립’ 음료가 뜨고 있는 것. 이달 초 롯데칠성에서 ‘스위트 슬립’이라는 캔 제품을 선보였고 ‘굿 나이트’ ‘노아 릴렉스 드링크’ 등 수입품도 가세해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들 제품에는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는 아미노산 성분과 허브 추출물 등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마시면 바로 잠에 들거나 긴장이 풀리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효능 논란에도 숙면 음료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드링크제를 위안 삼아서라도 꿀잠을 자보려는 국민이 그만큼 많은 것 같아 씁쓸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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