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내정자가 18일 재벌의 기존순환출자 해소 문제와 관련해 “5년 전과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서울시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년 전 선거를 치를 당시에는 15개 그룹에 9만8,000개 정도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고, 지금 기준으로는 7개 그룹에 90개의 고리가 남아 있다. 순환출자가 재벌그룹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승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상 현대자동차 그룹 하나만 남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대선 초반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이었다. 하지만 대선 중·후반부로 가면서 핵심 공약에서 빠졌다. 김 내정자는 “10대 공약은 전체공약 중에서 핵심만을 뽑은 것인데 (기존 순환출자 해소가) 거기에 포함될 만큼 중요한 사안인지 캠프 내부에서 논의했다.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된 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김 내정자는 “기존 순환 출자가 가공 자본을 창출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문제와 관련해서는 “30대 그룹 자산 중에서 4대 그룹이 절반, 거기서 갈라진 범 4대 그룹으로 하게 되면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30대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규제기준 만들기보다는 상위 그룹에 집중해서 법을 엄격히 집행하는 게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개혁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 김 내정자는 ‘재벌 저승사자’로 불렸던 조사국 부활을 공식화했다. 조사국은 외환위기 이후 4대 재벌을 중심으로 부당 내부거래 등을 직권조사하다 2005년 축소 개편된 공정위의 조직이다. 김 내정자는 “공정위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경제 분석이다. 그게 안 되면 과징금 부과해도 법원가서 패소한다”며 “경제 분석 및 조사를 위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인데, 앞으로는 기업집단국으로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전면 폐지’에서는 한 발짝 물러섰다. 김 내정자는 “전속고발권 전면 풀어서 가자고 하는 게 많이 논의됐는데 비용-편익 분석해봐야 한다”며 “분명히 더 푸는데 민사 규율과 형사규율 등 다른 규율 수단과 조화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급진적 성향에서 ‘우클릭’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요즘 너무 말랑말랑해졌다는 우려 있던데, 개혁에 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며 “2008년 이후 세계 경제가, 한국경제가 변했는데 변화된 환경에 맞게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개혁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게 지금의 마음 자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위를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말했던 것을 전부 그대로 할 수는 없다”며 “공정위 존재의 목적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거고, 그걸 통해서 한국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게 과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