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고가 명품 브랜드 벨루티가 출시한 70만원 짜리 아이폰7 케이스는 매진 행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을 선언한 이후 벨루티는 그루밍족들에게 가장 핫 한 브랜드. 최근에는 FW 시즌 2,000만원 짜리 가죽 재킷에 대한 문의도 계속되고 있다. 한승민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남성관 담당 대리는 “이 고가의 가죽 재킷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 백화점에서도 기대가 높다”며 “최고급 품질에 대한 남성 소비자들의 니즈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아이폰7 케이스는 나오는 즉시 나가 백화점 직원도 못 살 정도로 인기가 많아 직원들도 구매 대기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불황에도 자신을 위한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그루밍족이 증가하면서 남성 명품 잡화가 역대 최대 호황을 맞았다. 자기 투자를 아끼지 않는 20~30대 ‘허세남’의 등극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영포티족’들의 명품 가죽 사랑이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 20대 허세남은 희귀한 제품이나 요즘 가장 핫한 제품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 팔로워들의 관심을 모으고 부러움을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 같은 트렌드를 읽어 벨루티는 가방이나 의류, 슈즈 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보여주는 만족도는 높은 아이폰 액세서리 라인업을 대거 갖춰 남성 그루밍족을 적극 유혹 중이다. 아이폰 충전기, 데크, 케이스 등 혹할만한 아이템이 많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인 구찌, 루이비통, 버버리 등의 매출이 크게 올랐다. 백화점 측은 “명품 브랜드의 전통적 가치와 최근 현대적 코드의 조화로 트렌디한 남성고객의 소비를 끌어 들이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3~4월 에비뉴엘 본관 기준 구찌는 전년 동기간 대비 34.3% 신장했고 루이비통은 영국 아티스트 채프먼 형제와 진행한 콜라보 제품들 역시 인기를 끌면서 남성들의 관심을 듬뿍 받았다. 특징적인 것은 구찌의 경우 남성들도 과감한 디자인과 컬러, 프린팅 무늬가 잘 팔려 남성들이 최근 패션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전통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는 163%나 늘었고 코치도 28.3% 증가했다. 남성 명품백 대표 상품으로 A.테스토니 브리프케이스가 30% 신장해 눈길을 끌었다. 백팩 매출은 프라다와 버버리가 눈에 띄었는데 3~4월 기준 전년 대비 20% 가량 신장했다.
보테가베네타의 아이코닉 제품인 100만원 후반대 도큐먼트 케이스는 남성들의 전유물이 될 정도로 남성들 사이에선 크게 인기다. 특히 남성 가죽 팔찌의 경우 20만~40만원대로 곧바로 보테가베네타 클러치나 가방으로 옮겨가기 부담스러운 10~20대 젊은 남성들이 즐겨 찾는다. 명품 가죽 제품치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는 판단에 따라 10대부터 60대까지 여러 연령층에서 찾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가죽 클러치인 ‘아레나 클립’과 ‘블랙아웃’ 클러치가 남성들 사이에 ‘잇 백’으로 떠오르며 발렌시아가 남성 매장의 매출이 전년 보다 2배 증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보테가베네타 클러치와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남성들 역시 트렌드에 민감해져 유명한 아트디렉터를 좇아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