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을 이틀 앞둔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이 설치미술 조형물과 브랜드로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시작은 ‘흉물 논란’이 불거진 초대형 미술작품 ‘슈즈트리’였다. 슈즈트리는 헌 신발 3만 켤레로 만든 설치미술 작품으로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설치됐다. 작품은 서울로 7017에서 서울역 광장까지 100m에 걸쳐 조성되며, 개장일인 20일부터 9일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시는 높이 17m인 서울로 7017에서 수직으로 매어 늘어뜨린 신발이 떨어지는 폭포수와 같고, 버려지는 신발을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 서울역 고가를 보행길로 바꾼 서울로 7017 사업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작품이 흉물스럽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쓰레기를 가득 쌓아둬 냄새가 심할 것 같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논란이 커지자 원작자인 황 작가는 전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해명에 나섰다. 황 작가는 “앞으로 꽃과 나무, 조명 등이 배치되고 완성되면 달라질 것”이라며 “흉물인지 아닌지, 예술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인내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악취 우려에 대해서는 “전시 시작 전 소독할 예정이고, 허브 종류 등 방향 식물을 많이 심으려 노력했다”고 답했다.
하루가 지난 이날 오전에는 서울로 7017이라는 브랜드 이름이 도마에 올랐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참이슬’, ‘처음처럼’ 등 많은 브랜드를 만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NS를 통해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손 의원은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잘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브랜드라고 할 수 없다”며 “‘since 7017’ 브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70 앞에는 19가 있고, 17 앞에는 20이 있다는 것을 무시한 것이다. 앞 숫자에 100년의 차이가 있는데 뒤 숫자의 조합은 무슨 의미냐”고 지적했다.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과 브랜드 이미지(BI)는 오준식 디자이너를 대표로 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베리준오’의 재능기부를 통해 지난해 10월 발표됐다. 시에 따르면 ‘서울로’는 ‘서울을 대표하는 사람길’과 ‘서울로 향하는 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나타낸다. ‘7017’은 서울역 고가가 처음 태어난 1970년과 보행길로 거듭날 2017년을 함께 의미한다. 서울로의 로마자 표기인 ‘seoullo’ 아래에 ‘since 7017’을 넣어 1970년과 2017년이라는 ‘두 번의 의미 있는 탄생’을 표시했다.
손 의원은 이를 가리켜 “since를 굳이 붙여서 억지스럽게 만들 필요가 있었겠느냐”며 ‘서울로’라는 시설물의 이름을 두고서도 “나라면 높이 있는 길이라는 의미의 ‘고가’를 가장 중요한 브랜드의 콘셉트로 했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능기부’라는 형태도 문제 삼았다. 손 의원은 “준식님처럼 유능한 디자이너가 서울시에 재능 기부하면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은 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적었다.
이에 대해 서울로 7017 브랜드를 만든 오준식 디자이너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손혜원 의원의 팔로어는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정치인’ 손혜원의 팔로어라고 생각한다”며 “디자이너 시절에 비평했다면 달게 받겠지만, 정치인이 된 디자이너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실력이 눈에 안 차는 후배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 손혜원’이 비판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디자인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고 맞대응했다.
오 디자이너는 재능기부에 대해서도 “이러면 앞으로 누가 두려워서 재능기부를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로 7017과 연계해 ‘손기정·남승룡 프로젝트’까지 연이어서 진행 중”이라며 “몇 개월째 내 주말을 헌납하고 있다. 디자인에 기여하는 행동과 방법은 각자 다르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손기정·남승룡 프로젝트’는 청년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와 그 동료 남승룡 선수를 재조명하는 프로젝트다. 서울로 7017에서 이어지는 중구 만리동 손기정체육공원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공간적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