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위한 연구’ 벗어나려면 정부와 기업의 기획능력이 중요”
‘기술혁신 이끌 R&D 시스템 전환’ 연사 김명훈 셀트리온 부사장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통합적인 기획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23일부터 열리는 ‘서울포럼 2017’에서 둘째 날 ‘세상을 바꾸는 R&D 혁신방안-AI 바이오혁명’ 세션 연사로 나서는 김명훈(사진) 셀트리온(068270) 부사장은 18일 사전 인터뷰를 통해 “신약개발 시 상업화 가능성에 보다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이번 강연에서 제약업체들의 기업문화 등을 바꾸기 위한 ‘소프트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가톨릭대 의과대학을 나온 김 부사장은 한독약품 마케팅 임원, 한국엘러간 의학담당 임원, 한미약품 영업임원 등을 거치며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사업모델(BM) 개발 부문에 대해서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셀트리온 의학고문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로 도약한 셀트리온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한 뒤 임상을 진행하고 또 판매에 이르는 종합적인 과정을 진행할 때 이에 맞는 청사진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국내에서 27개의 신약이 개발됐지만 절반가량이 아예 매출을 일으키지 못한 이유는 환자가 아닌 ‘연구를 위한 연구’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산 신약 중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 등 일부 약품 외에는 수익을 내는 신약을 찾기 힘들다.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신약’은 아직 요원한 과제다.
국내 바이오제약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난 1월 일본의 다케다가 52억달러에 미국 항암제 개발 업체인 아리아드를 인수하고 존슨앤존슨은 300억달러를 들여 스위스 바이오벤처인 악텔리온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덩치 키우기’가 한창이다. 반면 국내 바이오제약 업체들은 소규모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 외에는 대형 M&A를 꺼리는 편이다. 그는 “회사 규모가 커져야 막대한 투자가 가능하고 다시 매출을 일으키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진다”며 “정부가 세제지원이나 연구비 보조 등으로 대형 M&A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또 혁신 신약에 대해서는 정부가 약가를 높이 책정해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약값을 책정해주기 때문에 대부분 신약이 미국 시장을 우선 타깃으로 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혁신 신약이 나와도 약값이 비교적 낮아 해외 진출 시에도 약값을 제대로 평가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바이오산업 육성책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바이오 산업 및 신약개발은 시간과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기 때문에 단기에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연구개발에 대한 긴 투자를 통해 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벤치마크 할 나라는 우수한 인력을 갖춘 반면 부존자원이 부족한 제약 강국 스위스”라며 “한국은 의학 부문에 인재가 몰리고 임상 수준이 높다는 점을 활용해 노바티스나 로슈 같은 글로벌 제약사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