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중국 사회병폐 여전...출판 검열도 더 심해졌다"

한국 온 中 문학 대표작가 위화

'허삼관 매혈기'로 세계적 명성

11년만에 장편 '형제' 출간

당대 中사회 적나라하게 표현

"사드로 한중관계 냉각됐지만

文정부 들어 발전적으로 전환"

‘허삼관 매혈기’ 저자인 중국 작가 위화(余華)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해외작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허삼관 매혈기’ 저자인 중국 작가 위화(余華)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해외작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출판 검열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책을 낼 수 있을지 지금은 자신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제 책을 내고 싶어하는 한국 출판사에는 희소식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중국 작가 위화(余華·57)는 22일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는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이야기할 때 6월4일이라고 적는 대신 5월35일로 써 정부의 검열을 피해 가는 교묘한 회피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며 최근 더욱 극심해진 정부의 언론 통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허삼관 매혈기’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위화는 모옌(莫言)·옌롄커(閻連科) 등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의 소설은 늘 당대의 중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그린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세기 세계는 루쉰의 작품을 통해 중국을 알았지만 지금은 위화가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1990년대 중반 이후 격변하는 중국 사회의 변화상과 모순을 글로 녹여내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허삼관 매혈기’ 발표 이후 다음 장편인 ‘형제’를 발표하기까지 11년의 시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위화는 “격변의 시기였던 1995년 허삼관 매혈기를 탈고하고 매일 신문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했다”며 “적시에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기사와 달리 문학은 시간을 두고 작가 스스로 이해의 과정을 거쳐 써내려야 하는 탓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최근 출판사 푸른숲에서 재출간한 장편소설 ‘형제’의 개정판 서문에서 위화는 “세상이 취했는데 홀로 깨어 있을 수는 없다. 사회가 병들었다면 그 사회 구성원 역시 병들었을 테고 다른 부분이 있다 한들, 그저 증세가 다를 뿐”이라고 적었다. 작품 발표 이후 11년이 흘렀지만 그가 ‘형제’에 담았던 중국 사회의 병폐는 여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위화는 “경제적 불균형과 사회적 삶의 불균형, 마음 속 소망의 불균형이라는 거대한 간극은 지금도 여전하다”며 “‘형제’를 발표했던 당시에는 평가가 크게 엇갈렸지만 소설 속의 일들이 몇 년 뒤 신문에서 수도 없이 보도되면서 지금은 중국을 제대로 묘사했다고 평가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북핵 문제 등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제정세에 대한 소견도 밝혔다. 위화는 “사드 문제로 한중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양국관계가 발전적으로 전환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동아시아 4개국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한중관계가 가장 안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며 “중일관계는 계속해서 복잡해질 것이고 한일관계 역시 역사적 문제 등으로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에 대해서는 “정상적 국가라고 보기 힘들다”며 “지금 태도에서 변화하지 않는다면 어느 나라도 정상적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화는 중국의 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두번째 장편소설 ‘인생’은 출간된 지 20년이 넘도록 매년 40만부씩 판매되는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1996년 발표작인 ‘허삼관 매혈기’로 세계 문단의 극찬을 받았고 ‘형제’ ‘제7일’에 대해 타임지는 ‘드물게 날카롭고 좀 더 야만적인 현대 중국의 초상’을 그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위화는 23~25일 서울 광화문 교보컨벤셜홀에서 열리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위화는 첫날 첫 세션인 ‘우리와 타자’의 발제자로 나서 ‘우리와 그들’이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서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